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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인에게 추천 받은 성산일출봉 흑돼지
    설렘 그리고 감성 in Jeju/오늘은 뭐먹지?(제주도맛투어) 2020. 9. 21. 07:51

    성산 쪽 여행을 하다가 든든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서 알아보던 중, 친구가 지난번에 성산일출봉 흑돼지 맛있게 먹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엄부랑흑돼지 가서 흑돼지 세트 즐겼다는 정보를 입수해 두었지요. 여행 당일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식당에 들어가는 것도 괜찮지만, 미리 알아보고 가야 확실히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이 느껴지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느낌이라 몸이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해서 걸칠만한 긴팔 옷을 두어 개 가지고 다닙니다.

     

    날씨가 쾌적하니 성산일출봉에 오르는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왕복 50~60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계단이 꽤 많거든요.

     

    천천히 이야기 하면서 오르다보니 어느 새 정상입니다. 시원하게 바다 쪽으로 트여있는 분화구의 푸르름이 멋있더군요.

     

    일출봉에 오르는 사람은 꽤 있었지만, 정상에서 쉬어가는 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인증샷 찍고 내려가는 분위기였지만...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어서 저희는 경치를 즐기며 조금 더 앉아있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바라본 풍경은 더 여유지고 멋있었습니다. 가을 하늘을 닮아 바다도 더 푸르러졌더군요. 성산일출봉에 오르기 어려우신 분이라 해도, 둘레길만으로 성산의 경치를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다가 참 맑죠? 짙은 푸른 색이어서 투명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인데도, 바닥에 있는 돌과 흙까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일출봉에서 내려와서 근처에 있는 전망 좋은 카페에 갔다가 성산일출봉 흑돼지 먹으러 왔습니다. 고기 좋아하는 친구의 추천을 받고 와서 기대되었습니다.

     

    실내 분위기가 포근하고 정겨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카페 같은 분위기도 있습니다. 벽에 그려진 돼지 그림이 포근한 인상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2인 세트로 주문했습니다. 오겹살과 목살이 600g 나오니 1명이 고기 300g 을 즐길 수 있는 넉넉한 양이지요. 가격은 54,000원이었습니다.

     

    여긴 기본찬이 참 맛있더군요. 고사리, 콩나물, 양파지, 깻잎지, 도토리묵사발 등이 나오는데, 고깃집이 아니라 밥집 반찬의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반가웠던 것은 고사리나물이었습니다. 제주 고사리는 원래 맛있기로 유명하기도 한데다가, 살짝 곁들여진 양념이 고사리의 맛을 더 깊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파와 양파 등 채소들의 신선함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양념을 곁들였다 해도 신선하지 않으면 맛이 훅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고기 먹기 전에 먼저 기본 서비스로 나온 도토리묵사발부터 한 그릇 했습니다. 도토리묵에 신김치와 오이가 상큼하게 씹혀 에피타이저로 손색이 없더군요.

     

    도토리의 깔끔한 풍미에 겨자소스가 더해져서 입맛을 돋웁니다. 고소함도 있고요. 밥을 말아서 먹어도 좋았습니다.

     

    저희가 주문한 고기는 오겹살과 목살이었습니다. 기본은 반반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원하는 부위로 조정도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2인 세트에는 목살/오겹만 써 있지만 항정살+목살을 섞어 먹어도 되고 오겹살만 먹어도 상관 없습니다. 취향에 따라 골라 드시면 좋겠지요.

     

    성산일출봉 흑돼지 구워지는 냄새가 고소해서 어서 빨리 먹고 싶었습니다 묵사발에 밥 말아먹지 않았다면 배에서 어마어마한 소리가 났을지 몰라요. ㅎㅎ

     

    고기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면서 소주 한 잔 했습니다. 산에서 나는 고기라 하는 고사리나물 한 젓가락 넉넉하게 집어 안주를 하니 좋더군요.

     

    어느 새 성산일출봉 흑돼지가 노릇하게 익었습니다. 요즘 돼지고기들은 조금 덜 익혀서 먹어도 된다고 하지만, 저는 노릇하게 충분히 익혀 먹을 때의 고소함이 좋아서 이 정도의 색이 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고기의 순수한 맛부터 즐겨보았습니다. 씹을 때마다 풍겨져나오는 흑돼지의 고급스러운 육향에 행복해지는 시간입니다. 육즙도 촉촉했지요.

     

    성산일출봉 흑돼지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멜젓입니다. 저는 보통 멜젓 끓일 때 고추를 넉넉하게 잘라 넣고 소주도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비린맛이 없어지고 감칠맛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불판이 쉽게 마늘을 구워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마늘 굽다가 태우는 일이 많아서 아까웠는데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익더군요.

     

    올 해 장마도 길고 태풍도 여러 개 와서 채소값이 많이 올랐지요. 싱싱한 쌈채소를 보니 반가워서 폭풍 흡입했습니다

     

     

     

    상추 위에 밥 한 숟가락 얹고 파절이와 마늘, 흑돼지까지 올리면 끝판왕입니다. 파절이 대신 고사리를 넣어도 풍미가 좋습니다. 파절이 쪽은 상쾌한 맛이라면, 고사리 넣은 쌈은 좀 더 깊고 묵직한 맛이지요.

     

    공기밥을 주문하면 된장찌개가 기본으로 나오는데, 맛이 좋아서 김치찌개도 주문해보았습니다. 고기가 들어가서 묵직한 맛이 나서 좋더군요.

     

    된장찌개에는 밥을 비벼 고기 한 점 얹어 먹어봅니다. 구수한 된장찌개에 부드러운 밥, 고기의 풍미가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내어주는 한 숟가락이었습니다.

     

    이곳의 딱새우장도 맛있기로 소문났다고 하더군요. 한 접시 추가해보았습니다. 장부터 맛을 보니 짜지 않고 맛있습니다.

     

    딱새우는 처음 드셔보시는 분이라면 어떻게 먹어야 할 지 난감하실겁니다. 딱딱한 껍질 때문에요. 사장님께서 까는 방법을 설명해주시면서 직접 두어 개 까주셔서 따라해보니 금방 맛있는 살이 발라지더군요.

     

    후식으로 비빔냉면을 하나 주문해서 나눠 먹었습니다. 양념이 맛깔나서 배가 부른데도 술술 들어가더군요. 흑돼지 몇 점 남겨두었다가 곁들였습니다.

     

    간장게장와 딱새우장은 택배로 판매도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맛을 보니 한 통 사오지 않을 수 없더군요. 딱새우장으로 하나 구입했습니다. 밥 반찬으로 그만이에요.

     

    엄부랑흑돼지 사장님께서 친절하고 재미있으셔서 성산일출봉 흑돼지 더 맛있게 즐겼던 것 같습니다. 냉면 먹고 싶어서 저흰 생략했지만, 고기 먹은 뒤 셀프 볶음밥도 가능하니 참고해주세요. 김가루와 참기름은 서비스로 주신다고 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흑돼지에 찌개로 소주 한 잔 한 다음 볶음밥으로 구수하게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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