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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맛집 독보적인 이유맛집 2020. 4. 7. 06:00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강릉 맛집을 다녀왔습니다. 강릉은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꽤 먼 거리에 있지만, 개인적으로 참 애정 하는 지역 중에 한 곳입니다.자연의 선물로 가득한 풍성하고 건강한 먹거리가 넘쳐나고 있고, 티 없는 하늘,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바다, 귀 옆으로 쌩하니 지나가는 바람까지 모두 신선하게 느껴지는 곳이지요. 그래서 이번 나들이에서도 정말 많은 기대감을 안고 나섰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방문하게 된 어느 한 식당 덕분에, 더 많은 것을 안고 돌아온 느낌입니다. 정직한 밥상을 특색 있게 가득 채우고 있었던지라,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곳이지요.
한적한 마을의 분위기가, 복잡하던 마음을 고요하게 해주었던 초당 마을. 저희는 '강릉불고기'라는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바다 구경도 실컷 하고,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경포 아쿠아리움을 들렸다가 이동했는데요. 식당까지 차로 1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강원 강릉시 초당동 487
강릉불고기
033)652-8800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고 도로에 위치하고 있어서,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큼지막한 건물을 모두 사용하고 있었는데 시간을 역행하는 듯한 럭셔리한 외관 때문에 더욱 눈에 잘 띄었습니다. 또, 요리 이름을 상호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으로 느껴집니다. 얼굴로 사용을 해도 좋을 만큼 자신 있다는 뜻 같아서, 서둘러 이곳의 진수성찬을 맛보고 싶어졌었습니다.영업시간은 매일 10:00 - 21:00, 오전 열시부터 오후 아홉시까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매주 수요일은 정기 휴무라고 하니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휴일에는 정상적으로 오픈을 하시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 내서 방문하기에는, 훨씬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지역 주민분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주말에 시간을 내서 놀러 오기 때문에, 멀리서 힘들게 발걸음을 하였을 손님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듯하여, 괜스레 마음이 흡족하였습니다. 아 참, 그리고 라스트 오더는 저녁 7시 30분이라고 합니다.
매장 옆쪽으로는 아주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실 뚜벅이로는 찾기 힘든 지역이다 보니까, 자차를 끌고 오는 경우가 훨씬 더 많지요. 그래서 식당을 고를 때 주차장 유무를 먼저 확인하기도 하는데 이곳은 한 번에도 많은 차를 파킹 할 수 있도록, 자리도 여유 있고 한 칸의 크기도 큼지막하여 첫인상부터 호감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가게 밖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손님들 간의 사소한 문제까지도 신경 쓰는 듯하였지요. 그리고 이곳은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소개가 되었던 곳인데 심지어는 그 어렵다는 10대 달인에 선정되었다고도 합니다. 솔직히 저는 직접 먹어보지 않는 이상, 누군가가 '카더라'라는 말은 잘 믿지 않기도 하고, 방송에서 소개하는 음식점을 발 벗고 찾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는 한길만 걸어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내걸고, '달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는 점에서 저절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가게 바깥쪽에는 한쪽 건물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다란 항아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미관상 놓여 있는 것이 아닌 듯하여 가까이 가봅니다.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고추장이나 된장의 색감과는 전혀 다른, 아주 까만 강된장이 숙성되고 있었는데 구태여 뚜껑을 열어 그 정도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도록, 투명한 유리로 덮여 있었다는 점도 지혜롭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 많은 것을 하나씩 관리하려면 큰 노동과 시간이 들 텐데, 이런 고집스러움은 그저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도착을 하니 더욱 빨리 강릉 맛집의 진가를 경험하고 싶어집니다. 허기진 배를 붙잡고 서둘러 내부로 들어가 봅니다. 들어서자마자 무척이나 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천장이 높아 답답하지 않았었고, 전체적으로 원목 소재의 인테리어로 되어 있어서, 따듯한 온기도 동시에 느낄 수 있네요. 조명도 간격을 맞춰 촘촘하게 밝혀 주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한자리 어두운 곳이 없어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직원분들이 정말 친절하시네요. 밝은 음성으로 인사해주시고, 인원수를 확인하신 뒤, 신속하게 자리 안내까지 해주셨었습니다.
뭉클한 감동도 곳곳에서 발견되었는데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서 유아용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 개수도 넉넉해서 부족하지도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이것도 원목으로 되어 있어 전체적인 인테리어와 통일감을 주고 있었고, 견고하고 튼튼해서 안심하고 아이를 앉힐 수 있을 것 같았네요. 또, 어린이의 시각에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는 점도 유쾌했습니다. 부모님과 아이들 모두 휴식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하는 것 같아 매우 기뻤습니다.
작은 배려라고 할지라도, 빈틈 없이 겹겹 쌓여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이곳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벽면에 붙어 있었던 유명인들의 사진과 사인을 보니까,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한편으로는 도대체 얼마나 요리 솜씨가 훌륭하면,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한 애정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걸까, 더욱 궁금해지기도 하고, 빨리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까지도 들었습니다.
매장 한쪽에는 '셀프 바'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본적으로 반찬들을 전부 세팅해주시고, 먹다가 부족한 것이 있을 때에는 직접 푸짐하게 갖다 먹을 수가 있었습니다.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냉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늘 신선하게 새로운 반찬을 담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네요. 무엇보다 고춧가루 하나 튀어 있지 않은, 깔끔한 상태여서 거부감이 없었고 그리고 음식을 한 번에 많이 쌓아 놓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자주 만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주방은 오픈형으로 되어 있어서 어떤 환경에서 요리가 만들어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네요. 위생에 있어서도 자신만만하다는 당찬 포부가 느껴져, 더욱 신뢰할 수 있었습니다.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 자리 앉아 주문을 했습니다.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인 한우 옛날 산더미 파 불고기와, 모 두부, 찰 강냉이 범벅, 엄마표 된장찌개, 그리고 동동주까지 한 병 야무지게 시켜보았습니다. 업무 분담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는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금방 진수성찬이 완성되었습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밑반찬의 가짓수도 많아서, 고급 한정식집에 온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습니다. 단순하게 자리만 채우고 있었던 것이 아닌, 하나같이 정갈하고 손이 가는 맛깔스러움도 소유하고 있네요.
푸짐하게 내어주신 '쌈 야채'도 종류가 다채로웠습니다. 상추와 깻잎, 그리고 배추까지 더해지네요. 물기를 탈탈 털어 손에 쥐어 들어도 찝찝하지 않았었고, 무엇보다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던, 야채의 은은한 광택감이 놀라웠습니다. 이는 식재료 관리에 무던히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 기본부터 탄탄한 강릉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인 요리의 퀄리티만 중요한 게 아니라, 손님상에 오르는 모든 먹거리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느껴졌지요. 구구절절 자랑거리를 말로 설명하지 않았어도, 주인장의 운영 철학을 음식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입맛을 확 살려주고 있었던 '고추 장아찌'도 고급스럽네요. 진한 간장 베이스의 소스에 푹 담겨 있었지만, 매콤한 맛은 고스란히 살려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식사 전 한입으로도 좋았었고, 중간에 한 번씩 먹어주면 입안을 깔끔하게 단도리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직접 만드신 것 같았었는데, 너무 자극적이거나 짠맛이 강하지 않아서, 곁들여 먹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반전 매력으로 은근히 삼삼하기까지 해서, 상당히 자주 손이 갔었던 반찬이었습니다.
노릇한 색감에 절로 시선을 빼앗겼던 '동그랑땡'은, 아이들이 먹기에도 부담 없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야채를 자잘하게 손질하여 함께 넣었고,으깬 두부와 육즙이 조화를 이루어 더욱 풍성한 맛이 납니다. 적당히 머금은 촉촉한 수분감 덕분에, 퍽퍽하다는 느낌은 조금도 받지 못하였었습니다. 한입에 넣기에는 약간 커다란 오버 사이즈였었는데 입안 가득하게 채워지는 고소한 맛이 굉장히 매력 있었습니다. 또, 자연스럽게 틈을 채워주었던 아삭아삭한 야채의 식감과, 진한 풍미를 담당하였던 육질도 앞다퉈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이건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까막장'입니다. 살큼한 맛을 품은 고추와 함께 나와, 찍어 먹는 쌈장 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비주얼만큼은 흔히 알고 있었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는데 약간 검붉은 색감이라 고추장에 가까운지, 아니면 된장에 가까운지 살짝 헷갈렸습니다.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냉큼 고추 한 조각을 집어 들어 푹 찍어서 먹어보았는데 이건 어느 것도 아닌 이곳만의 새로운 장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달큼하면서도 진득하였었고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맛이었지요. 옛날 감성을 아주 강렬하게 품어내고 있었는데, 맛의 기준이 되어주어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정신을 놓고 밑반찬들을 섭렵하고 있을 즘, 저희가 주문했었던 '한우 옛날 산더미 파 불고기'가 나왔습니다. 불고기와 버섯, 양파, 파절이를 각각 따로 담아 주시네요. 깔끔한 양푼에 양껏 담겨 나옵니다 보다 완성도 높은 한입을 만들기 위해서, 무게를 정확하게 측정하여 나온 게 아닐까 예상해보았는데 이곳의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은 손님들에게, 변함없는 맛을 선보이기 위함이기도 하겠지요.
테이블 위 화로에 황동 불판이 올라왔고, 직원분께서 메인 세팅을 척척 해주셨었습니다. 가장 먼저 불고기를 도톰하게 깔아주고, 그 위에 생양파를 전부 부어 쌓아주시네요. 불고기는 양념이 되어 있는 게 맞나 싶었을 정도로 맑았는데 육질의 선명도를 단번에 알 수 있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지방과 살코기가 상당히 조화롭게 믹스되어 있어서, 익기도 전부터 어떤 육질을 경험하게 될지 짐작할 수 있었지요. 높은 등급의 고기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하는데,그 말을 백 프로 신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양파는 멍든 곳 하나 없이 아주 새하얗고 깔끔하네요. 큼지막하게 썰어 단맛도 진하게 우려내고,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비주얼만으로도 강릉 맛집은 이미 합격이었지요.
지지대처럼 새송이버섯을 듬성듬성 깔아주고, 가장 마지막에 파절이를 탑처럼 쌓아 올려주시네요. 전부 무게감이 있어 밖으로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또, 직원분께서 음식이 완성되기까지 계속 신경을 써주시기 때문에, 저희가 굳이 집게를 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귀한 대접을 받기만 하면 되었지요. 이제 불이 들어오고 고기가 익을 때까지 자글자글 끓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조리된 상태로 테이블 위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보는 앞에서 바로 끓여 먹을 수 있어서, 투명하고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파절이, 버섯, 양파, 불고기. 단조로운 재료의 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저 역시도 처음에는 생각보다 심플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점점 익을수록 어랏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콧속으로 직행하는 호화로운 냄새를 맡으면, 불고기 양념에 얼마나 많은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곁을 호위하고 있는 부가적인 것들에는, 살짝 힘을 빼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는데요. 강약을 조절하고 있었다는 점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이것이 가장 큰 노하우라고도 생각을 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였던 것은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빨간 양념장 하나 없었는데도, 어느새 숨이 죽어 바글바글 끓고 있었던 불고기를 보면, 파절이의 맛을 살리고 있었던 고춧가루가 은은하게 퍼지면서, 칼칼한 맛까지 동시에 뽐내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을 미리 계산하였다는 점에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육수 하나 없이 맨몸으로 끓었던 요리가, 어느새 각각의 재료에서 뿜어져 나오는 육즙과 채즙으로, 자박한 진국까지 선보이고 있었다는 것도 독특했고 치밀하게 만들어진 멋진 요리라는 생각에, 무릎을 탁 치며 감탄했었습니다.
점점 탱글탱글하게 변해가는 불고기는, 어느 정도 익은 다음에 직원분께서 한입 사이즈로 잘라주십니다. 가위 끝에서 들려오는 찰싹이는 사운드만 들어도, 얼마나 찰진 식감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들었지요. 지켜보면서 이 요리는 푸짐함으로 시각적인 풍족함도 주고, 거부할 수 없는 느긋한 풍미로 후각도 사로잡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던 맛깔스러움으로, 군침까지 흐르게 만드는 욕심쟁이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함께 방문하였던 친구들 모두 확신을 했었지요. 이건 보통내기가 아닐 거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더욱 단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면서 먹기도 해 봅니다. 결국엔 강릉 맛집에 KO로 두 손, 두 발을 모두 들고 말았습니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던 앞접시를 얼른 들이밀어, 완성된 불고기를 덜어 먹어보았는데요. 얇지만 쫄깃한 육질 덕분에 치감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빈틈 없이 가득 채워주던 파의 아삭아삭함까지. 부담 없이 씹을 수 있어 불편함이 없었고, 오히려 과하지 않으면서도 텐션감은 유지하고 있어서, 턱을 쉬지 않고 움직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재료 본연의 맛과 풍미로 재해석된 국물이, 다시 한번 파고 들어와 더욱 깊은 감동도 주었지요.
단독으로 먹어도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금방 물리거나 질리지 않았다는 점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입안 가득 독보적인 존재로 남아주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쌈을 싸서 먹을 때에는, 훨씬 더 자연스럽고 풍성한 맛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빳빳한 쌈용 배추에 상추를 올려주고, 불고기를 아주 듬뿍 더해 욕심을 부려보았는데 여기에 보너스로 생마늘과 고추까지 얹어 주면, 복덩이의 맛이 완성되었습니다.
새하얀 쌀밥과는 당연히 찰떡궁합을 자랑합니다. 밥 특유의 고슬고슬한 단맛이 아주 잘 어울렸었는데 불고기와 밥의 조화는 가장 이상적이면서도 익숙합니다. 찰기가 그득한 밥을 쫀득하게 씹을 때마다, 임팩트 있게 자기주장을 하는 불고의 육즙이, 입 천장을 쭉쭉 강타했었지요. 어디에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맛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감명 깊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텐데, 유명한 곳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이곳을 찾길 잘했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하였지요.
밥그릇에 국물을 자박하게 덜어서 슥슥 비벼 먹어도 최고. 반찬 하나 없어도 심심하지 않았었는데 고기를 메인으로 해서 먹었을 때와는 달리, 보다 기품 있는 맛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주방장님의 요리 솜씨가 기가 막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혀도 즐거워 하지만 나의 건강에도 초록색 신호등이 켜지는 듯한, 아주 싱그러운 맛이었다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인위적이거나 조미료 가득한 맛은 전혀 없었고, 재료 본연의 장점들을 제대로 살리고 있었지요. 만약 꾸며진 맛이었더라면 식사를 끝낸 후에, 입안에 꿉꿉함이 남았을 텐데, 여기는 오히려 매우 개운했었습니다.
이미 완벽한 맛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고 하더라도 오버스럽지 않았습니다. 테이블 위에 있었던 그 무엇과도 환상의 케미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마치 하얀 도화지처럼, 어떤 것을 그리더라도 작품이 되어주곤 했습니다. 밥에 고기를 더해 비벼주고, 시원한 오이와 향긋한 도라지 무침을 올려주었는데 매콤한 맛이 더해지면서, 더욱 산뜻하게 먹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도라지 무침도 몇 번이나 추가 리필을 하였을 정도로, 아주 맛있었습니다. 너무 질기거나 쓴맛이 강하지도 않았었고, 잘 다져진 부들부들한 식감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릉 맛집에 홀릭 되어 버린 저처럼,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국물의 진함은 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어느새 아주 진하게 변해 묵직하게 무게감이 있었고, 살짝 칼칼해서 속을 뜨끈하게 채워주기도 했습니다. 한 방울도 남기고 싶지 않았을 정도로, 진국이 되어 있었지요. 기본적으로 고기 양념이 강하게 들어가지 않았었기 때문에, 우려진 국물의 맛도 너무 쨍쨍하지는 않았는데요. 깊고, 넓은 담백함과 그윽함이 정말 대박적이었습니다. 이것만 있어도 밥 한 공기는 뚝딱, 더 먹을 수 있었지요.
운전을 해야 하는 친구는 패스하였지만, 반주를 즐기는 우리는 '옥수수 생 동동주'도 한 잔씩 마셨습니다. 심층 황토 암반층의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고 하여서, 약이라고 생각하면서 먹기도 합니다. 옥수수가 들어가서 그런지 색깔도 노릇했었는데 향토 음식과도 매우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습니다. 도수도 높지 않아서 가볍게 곁들이기에도 적당했고, 달달한 맛이 가장 큰 특징이었지요. 특히나 고소한 옥수수의 향이 제대로 풍기고 있었는데 향으로 먼저 그 맛을 시음해볼 때에는, 어찌나 설레고 떨리던지 모릅니다.
맛 자체가 나는 술이라며 외치고 있다기보다는, 목을 축축하게 적셔 주면서 산뜻하게 넘어가서, 메인인 식사를 방해하지도 않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말 그대로 반주로 즐기기에 아주 적합해서, 저의 취향을 저격하는 듯하였습니다. 서로 한 잔씩 따라주면서 기분도 제대로 살릴 수 있었고요. 약간의 탄산도 살짝 느껴졌었는데, 칼칼한 불고기와 오묘하게 어울려서, 혹시라도 이곳을 방문하여 식사를 하실 예정이라면, 동동주도 꼭 같이 곁들여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흥을 살려주기에는 이만한 것도 없을 겁니다.다음으로는 '모 두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따로 조리를 할 필요가 없어서 주문과 동시에 빠르게 나옵니다. 두부만 덩그러니 나오는 것이 아니라, 깻잎과 상추가 겸손하게 받쳐 들고 있었고, 위에는 양배추 샐러드가 올라가 멋스러움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포인트가 되어 주었던 홍고추도 아름답네요.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뜨끈한 연기가 폴폴 나면서 구수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여기는 장도 직접 만드는데, 두부라고 맹숭맹숭하게 내어 놓겠냐고 말하는 듯한 메뉴였습니다.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구매할 수 있는 것과는, 확연하게 달랐습니다. 아주 깔끔하게 각이 져있는 두부가 아니라, 울퉁불퉁 규칙적이지 않은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씹을 때마다 옹골찬 식감을 함께 맛볼 수 있었는데 젓가락으로 꾹 눌러보면 속이 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게감도 상당히 묵직해서, 탄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낸 진짜 두부 같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시키길 잘했다고 느꼈던 메뉴 중에 하나 입니다.
콩의 고소한 맛이 정말 제대로 느껴졌었는데, 아주 담백해서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을 건강 음식이었습니다. 모두부가 나올 때에는 찍어 먹을 수 있도록, 간장 양념장도 함께 내어 주십니다 두부 본연의 구수함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힘을 빼고 있어서, 양껏 담가도 맛의 깊이가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손님들이 어떻게 조합을 하더라도, 표현하고 싶었던 맛의 중심을 뚝심 있게 보여주고 있어, 무척이나 현명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불고기가 화려한 맛으로 입맛을 사로잡았다면, 두부는 순수한 매력으로 심금을 울렸었지요. 다시 한번 강릉 맛집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부와 불고기를 함께 더해서 먹어줘도 좋습니다. 부들부들하면서도 힘 있게 씹히는 식감에, 고기의 야들야들한 쫄깃함이 동시에 느껴져서, 먹는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한입이었습니다. 두부 위에 올려져 있었던 샐러드도, 그저 멋을 내기 위해 더해져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아삭아삭하게 씹힐 때마다 분수처럼 뿜어내던 채즙은, 입안에 퍽퍽함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었습니다. 흠을 찾는 것이 불가능한 요리였었지요.
익숙하지만 이색적이었던 '찰 강냉이 범벅'도,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곳은 사용되는 곡류를 전부 국내산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보다 진득하고 진한 맛을 선보이고 있기로 유명합니다. 쌀밥과는 색깔이 다른 고소함을 품어내고 있었는데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던 찰스러움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한입 먹어보기 전에 향부터 맡아봅니다. 정겨운 시골 밥상이 떠오르는 냄새가 나네요. 그래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곤 했었습니다.
숟가락으로 떠올리면 끈끈하게 떨어지지 않는 찰기가, 손끝까지 찡하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참기름이라도 발라 놓은 것처럼 수분감이 대단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반전은, 막상 먹을 땐 떡처럼 뭉개지지 않고, 쫀득하지만 야무지게 씹혔다는 점입니다. 여러 가지 양념들로 정신없게 꾸미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다복한 한입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게 또 먹고 싶어서라도 저는 이곳을 다시 방문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는 '엄마표 된장찌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강원도 막장으로 만든 구수한 맛이 독보적이었는데 어째서 메뉴의 이름에 엄마라는 단어가 붙었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크게 개의치 않으면서, 자식들에게만큼은 건강하고, 귀한 것만 먹이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 그 사랑을 가득 담은 맛이었습니다. 속 재료가 그득하게 들어가 건져 먹는 재미도 쏠쏠했었고, 색감은 진하지만 오히려 짠맛이 적어 계속 손이 갔었지요. 뚝배기에 가득 담겨 있었던 된장찌개는, 단순하게 요리를 넘어 정성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처음 강릉 맛집을 찾아, '강릉불고기'에 발걸음을 하였을 때의 기대감 보다, 나올 때에 들었던 만족감이 더 컸었는데 먼 길을 달려 이곳까지 방문한 보람이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남녀노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도, 꼭 한번 다시 찾아야겠다 싶었습니다. 점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었던, 완벽 그 이상의 식당.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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