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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광주를 거닐다] 조선 대표적인 성리학자였던 고봉 기대승선생의 월봉서원나의 여행이야기/전라도 2019. 10. 15. 18:16
호남사림을 대표하는 인물 고봉 기대승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월봉서원
빛고을 광주,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 보니 갑자기 과거로 돌아간듯 한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황토빛 담벼락이 길게 펼쳐지고 햇살 가득히 품고 있는 길은 그냥 걷기만 해도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은 행주 기(奇)씨 집성촌이자 고봉 기대승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너브실마을이고 그 안쪽에는 월봉서원이 자리잡고 있다. 월봉서원은 16세기 조선조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인 고봉 기대승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서원으로 1654(효종 5)에 월봉(月峯)이라고 사액되었다. 고봉 기대승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로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인 퇴계 이황과 13년 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며 8년간 사단칠정(四端七情)을 주제로 펼친 논쟁이 유명한데, 이 논쟁은 한국유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뒤에 다가오는 율곡 성리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주요 저서로는 고봉집(高峰集), 주자문록(朱子文錄), 논사(論思)등이 있다.
월봉서원의 역사는 고봉선생 사후 7년만인 1578년, 호남 유생들이 지금의 신용동인 낙암아래에 망천사라는 사당을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그후 임진왜란때 피해를 입어 지금의 산월동인 동천으로 옮겼는데, 1654년 효종이 '월봉'이란 서원명을 내리면서 사우와 동·서재 강당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 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의해 문을 닫았으나 1941년 이곳에 빙월당을 새로 짓고 1978년 사당과 장판각, 내삼문, 외삼문을 건립하여 1991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한다.
[동재 명성재] ▲
[서재 존성재] ▲
월봉서원은 단순히 사적지로만 존재하고 있지는 않다. 문화해설사를 통해 월봉사원의 역사와 고봉 기대승선생의 이야기를 걸죽한 입담을 통해 들을 수 있고 흥이 많은 분이어서 운이 좋으면 남도민요 한가락 청해 들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문화마당으로서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 선비의 일상을 체험하는 "선비의 하루", '공연과 토크쇼를 결합한 "살롱 드 월봉", 월봉유랑단과 함께 하는 서원관광축제 "월봉유랑", 고봉과 퇴계의 교류를 극화한 "월봉 로멘스"'등 월봉서원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현대와 소통하며 교류하고 있다.
[빙월당] ▲
12세 때 과거에 응시했으나 낙방하고, 20세 때 다시 도전해 향시 진사과에 2등으로 합격해 성균관에서 유학했던 고봉 기대승은 1558년 32세에 장원급제해 정계에 진출했다. 성균관 대사성과 사간원 대사간을 지냈지만, 4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558년 무오년 한양에서 퇴계 이황을 처음 만난 그는 쉰여덟의 노인과 서른둘의 패기만만한 젊은이로 그 간극은 컸지만 성리학이란 학문앞에서는 나이는 상관이 없었다. 퇴계는 고봉이 제기했던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편지로 답한다. 편지는 퇴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다. 새파란 나이의 젊은 선비와 당대 최고의 석학이 서로를 예우하고 존중하며 ‘불통(不通)의 고집’ 대신 ‘소통과 교류’를 실천했다. 그리고 그들의 사칠논변을 통해 한국성리학은 보다 철학화되고 심화되면서 한국성리학의 수준을 한층 높이는데 기여하게 된다. 그러한 고봉 기대승의 업적을 추모하기 위해 현재 춘·추향사제를 매년 3월과 9월 초정일에 월봉서원 사당인 숭덕사에서 행하여지고 있다.
[정안문]
[숭덕사]
월봉서원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은 백우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철학자의 길’을 걷는데 있다고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조금만 가 보기로 한다. 푸른 소나무와 대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길을 조금만 오르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정자가 있는데 백우정이라 한다. 그곳에서 월봉서원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기도 하다. 월봉서원은 빛고을 광주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찾아가기 어렵지 않고 마을 자체가 예쁘고 산책길도 조성되어 있다. 학문을 탐구하는데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의 견해를 13년동안 120여통의 서신을 통해 주고 받은 그들의 열정을 길을 걸으며 상기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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