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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마을탐방] 하추자도의 동북단 작은포구 조용한마을 예초리설렘 그리고 감성 in Jeju/제주 마을이야기 2018. 9. 29. 03:58
제주도의 부속섬 중 가장 큰 섬인 추자도는 하추자도·상추자도·추포도 등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섬이 추자군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가 북서-남동방향으로 놓여 있으며, 교량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행정구역은 대서리·영흥리·묵리·신양1리·신양2리·예초리 등 6개리가 있고 다양한 어족과 풍부한 어장을 갖추고 있으며 청정 해역으로서 많은 낚시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섬입니다.
추포어화의 주배경이 되는 추포도를 품고 있는 마을
가을이 되면 곡식이 영글어 풍요로워 지듯이 추자바다는 가을멸치와 참조기, 삼치조업으로 불야성을 이룹니다. 특히 예초리가 품고 잇는 추포도는 멸치들의 주 서식지로 추자10경중 제9경인 ‘추포어화’의 주배경지로 자리를 잡습니다. 제주도 유인섬 중 막내격인 추포도는 면적 0.098㎢, 해안선 길이 2.5㎞, 높이 113m에 2가구 6명이 거주하는 제주도 유인도 중 가장 작은 섬입니다. 한때 30여 가구가 모여 살던 때는 이곳에도 배움의 터인 초등학교 분교가 있었지만, 아이들이 없는 관계로 추포분교는 그 역할을 상실한 채 민박으로 이용되고 표석만이 분교터 였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딱 1세대 5인가족만 살고 있는 섬으로 제주도 최연소해녀로 알려진 정소영씨와 역시 배테랑해녀인 어머니, 그리고 오빠내외와 아버지가 추포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밥상 추자도-추포도’편에 “해녀모녀밥상”으로 소개되기도 하여 한때 추포도가 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예초리마을
예로부터 예의범절이 잘 지켜지는 마을이라 하여 예초(禮草)라 불리어진 예초리는 하추자의 동쪽에 자리잡은 조용한 포구마을입니다. 예전 일반여객선이 기항하는 관문이기도 한 이곳은 종선을 타고 여객선까지 오가는 역할을 한 마을이어서 한 때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성행하였으나 이젠 정박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다른 포구가 생김으로 한적한 포구마을이 되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상당기간 오씨와 황씨가 혈연관계로 인정되어 혼인을 하지 않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과거 ‘황사영백서사건’부터 시작됩니다. 다산 정약용의 큰 조카이자 초창기 천주교지도자었던 황사영의 아내이기도 한 정난주가 신유박해의 전말과 그 대응책을 적어 중국의 주교에게 보내고자 했던 황사영백서 사건으로 인해 남편을 잃고 자신은 제주도 대정현 관노가 되어 2살배기 아들인 황경한과 함께 제주로 향하던 도중 추자도에 머물며 잠시 바람을 기다리는 동안 평생 죄인의 자식으로 살게 할 수 없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예초리 해안가에 몰래 이름과 내력을 적고 물생이 끝 황새바위에 몰래 내려놓고 홀로 제주도로 향하고 남은 황경한은 예초리어부 동복(東福)오씨(吳氏)의 손에 자라 추자도 창원 황씨의 입도조가 되어 많은 후손을 남겼고 자라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평생 어머니를 그리며 살았다고 합니다. 황경헌의 자손들도 5대쯤이 이어지고, 한때 7∼8호까지 불었던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떠나고 1가구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추자도에는 그래서 황씨와 오씨는 서로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추자도 예초리 물생이 끝 황새바위 위에 아들인 황경한을 내려놓은 장소로 이곳이 천주교 순례길 명소로 자리잡으면서 어린 황경한이 놓여있던 장소에 2015년 십자가를 세웠습니다. 아들을 위해 생이별을 선택했던 어미의 간절한 사연과 어미를 그리는 황경한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집약된 상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쉽게 접근하기도 어려운 가파른 절벽 밑 바위에 세워진 이 십자가는 안전하게 데크로 짜여진 계단이 조성되어 있어 접근하기가 용이해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난 태풍 솔릭에 의해 십자가가 파손되 지금은 아숩게도 그 잔재만 남아 남아있습니다. 눈물의십자가가 있는 신대산 전망대에서부터 예초리까지는 ‘예초리기정길’이라는 추자올레코스의 하이라이트인 멋진 절벽해안길이 나옵니다. 약 11.1km로 걷기 적당한 거리로 추자도풍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예초리의 재미있는 숨은 이야기 엄바위장승
그냥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 예초리포구입니다. 엄바위장승앞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은 한없이 평온하기만 합니다. 포구 너머로 횡간도가 우람하게 자리를 잡고 있으며 그 주변으로 작은 바위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예전 동력이 없던 시대에 돛을 단 배들이 횡간도와 어울러져 바다를 가르는 장면들이 아름답다 하여 추자 10경중 하나인 추포어화을 탄생하게 한 풍경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고기배들이 출어를 하러 나가는 모습들이 대신 하겠지요. 예초리 사람들이 신성시 여겼던 엄바위 밑에서 억발장사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는 힘이 대단하여 앞바다에 바위 다섯개로 공기놀이를 즐겼다 하고 어느날 횡간도로 건너 뛰다가 미끄러져 그만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초리와 횡간도 사람 하고는 서로 결혼을 안한다고 합니다. 결혼하면 청상과부가 된다는 속설이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마을 누군가가 억발장사를 상징하는 목장승을 깍아 세웠고 예초리에서는 해마다 걸궁을 할 때면 이 엄바위 앞에 와서 한바탕 놀고 소원을 빌었다고 합니다. 목장승은 썩어가기 시작하면 다시 새 장승을 만들어 세워왔으나 지금은 돌로 장승을 깍아 세웠습니다.
작은 포구마을이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예초리입니다. 전형적인 바닷가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고 마을 곳곳에 무심히 놓여 있는 멸치젓을 담은 통들 마저 정겹기만 한 예초리마을의 전경은 추자도에서 꼭 둘러봐야 할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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