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제주도 마을탐방] 제주 4.3의 흔적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설렘 그리고 감성 in Jeju/제주 마을이야기 2018. 3. 27. 09:42



    바닷가마을임에도 사라져야 했던 제주 4.3 유적지 곤을동




    곤을동은 제주 4.3으로 초토회된 바닷가마을 입니다. 제주의 수많은 피해를 입은 마을중에 유독 이 곳 곤을마을이 주목받는 이유는 제주도에서 강경진압작전이 펼쳐진 곳이 주로 무장대와 활동이 맞닿아 있던 중산간마을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바다를 끼고 마을 자체가 없어진 곳은 이 마을이 유일하고 지금은 집터만 남아 지난 역사의 흔적만 남긴 체 봄이면 노오란 유채꽃이 얄궂게 집터흔적만 남은 돌담을 경계로 피어납니다.






    곤을동 찾아가는 길


    곤을동은 별도봉 산자락을 끼고 있는 작은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화북천을 끼고 원두교를 넘어 바다방향으로 가다 보면 4.3유적지라는 표시와 함께 곤을동 옛터를 볼 수가 있습니다. 봄을 맞이하는 3월의 끝자락 제주에도 봄이 찾아오는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정하고 곤을동마을터를 찾아 나선 지라 그곳을 향해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 마저도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게 비춰집니다.




    [곤을동 가는 길목에 마주친 동백꽃. 제주4.3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화북천]




    설촌 700년의 역사를 간직했던 곤을마을


    곤을마을은 안곤을(22가호), 가운뎃곤을(17가호), 밧곤을(28가호)로 구성된 바닷가마을로 '곤을'이라는 지명은 '물이 항시 고여있는 땅'을 뜻하며, 마을이 지도상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밭농사와 바닷일을 생업으로 평화롭게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밭농사로는 주로 보리, 조, 콩, 팥, 메밀, 고구마를 주로 경작했고 바닷일은 회북마을에서는 유일하게 멸치를 후렸으며, 태우를 이용해 자리잡이 및 갈치와 오징어를 낚았다고 합니다.






    4.3의 광풍이 덮쳐 초토화되어 사라진 바닷가마을 곤을동


    4.3의 광풍이 제주 전역에 휘몰아쳤을 때 대부분의 불타 버린 초옥은 거의 중산간마을이었습니다. 강경진압작전은 대부분 무장대의 활동과 맞닿아 있는 중산간마을을 중심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곤을동은 바닷가마을임에도 불구하고 초토화되어 사라져버린 제주 유일의 잃어버린 마을이 되어 버렸습니다. 1949년 1월 4일과 5일 양일간 비극은 시작됐고 1월4일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 40여명이 곤을마을에 들이닥쳐 집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끌어내며 초가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고 젊은 사람 10여명을 곤을 앞바다에 세워놓고 총살시키며 나머지 어린아이와 부녀자, 그리고 노인들은 줄을 묶어 인근 화북초등학교(당시 지서)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안곤을과 가운뎃곤을은 모두 불길에 휩싸여버립니다. 다음날인 5일에도 밧곤을 역시 모두 불태우고 주민 10여명을 총살시키고 회북초등학교에 수용됐던 일부주민마저 인근 연대가 있던 바닷가 '모살불'에서 모두 처참하게 학살하였습니다. 그렇게 곤을마을은 이틀사이에 순식간에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왜? 바닷가마을인 곤을마을이 불태워졌을까?


    당시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음력 12월 6일경 무장대들이 군인차량을 지나갈 수 없게 돌을 쌓은 뒤 토벌대와 교전을 벌이게 되고 무장대의 습격으로 군인들이 많이 죽게 됩니다. 그 중 살아 남은 군인이 무장대 한 명이 곤을마을 방면으로 도망가는 것을 목격하여 무장대에 대한 보복으로 곤을마을을 폭도마을이라 하여 마을을 불태우고 무차별 학살을 하게 된 것 입니다. 게다가 이 마을이 지형상 화북에서 떨어져 있는데다가 무장대가 은거할 수 있는 조건마저 갖추었다는 이유로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었던 것 입니다.







    이념의 대립에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다


    곤을동마을터 초입에 세워진 거욱대(방사탑)와 거욱대 표지석이 보입니다. 2004년 4월 이곳에서는 해원상생(解怨相生)굿을 칠머리당보존회에서 열었습니다. 그리고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땅위에 이런한 비극이 되풀이 되자 말기를 기원하는 맘으로 그 날 참가한 사람들이 하나씩 쌓아놓은 거욱대와 그 의미를 새겨 놓은 표지석이 마을터 입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스라히 흔적만 남아있는 곤을동마을터


    마을로 향한 길은 정비되어 산책길로 조성되어 있고 별도봉으로 이어져 마을 주민들의 산책로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7가호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가운뎃곤을은 마당을 에둘렀던 울담과 집안으로 들어가는 올레길의 흔적만 있고 앙상한 수풀더미만 남겨진 상태입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점차 가슴 저미는 아픔은 사그러지겠지만 그날의 잔인했던 순간은 역사로 기록되어 영원할 것 입니다.



    [울담과 올레길]





    숙연해진 마음을 가다듬고 산책길을 따라 별도봉으로 향합니다.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인지 길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별도봉으로 오르기 전 곤을동 서쪽끝에 있는 절벽까지 향하기로 했습니다. 그곳은 제주에서도 보기 드문 기이한 형태의 독특한 주상절리가 있고 안곤을 주민들이 주로 이용했다는 3단 형태의 안드렁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안절벽은 마치 목포의 갓바위 처럼 생긴 모양의 주상절리는 또다른 볼거리이고 절벽사이를 뚫고 흐르는 안드렁물은 지금은 사용할 수 없지만 그 당시에는 식수와 허드렛물 그리고 빨래물로 아용하였다고 합니다.













    전망이 좋은 별도봉공원


    올레 18코스이기도 한 별도봉공원은 곤을동에서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위치하여 찾아가기 좋은 곳 입니다. 푸른 바다와 더불어 제주항전경이 한 눈에 보이고 바다를 향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좋습니다. 곤을동을 향한 방향에 부러진 정낭형태의 조형물이 조성되어 있어 괜히 가슴이 저려옵니다. 

    그리고...바다를 바라보는 한 여인과 곤을동을 바라보는 한 어르신..나란히 서로 다른 벤치에 앉아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른 시선, 다른 생각 묘한 대조에 저역시 잠시 발길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별도봉공원]


    [조형물 부러진정낭]


    [바다를 향해 앉은 여인]

    [곤을동을 바라보며 앉은 어르신]

    [별도봉공원에서 바라본 곤을동마을터]





    점차 제주에도 봄이 찾아옴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참으로 제주는 아름다운 곳 이지만 그 내면에는 깊은 슬픔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제 다가올 제주 4.3 70주년을 상기하고 그 유적지를 찾아보며 아파했던 제주의 상처를 위로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