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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행] 한국건축사에 독특한 위치를 가지고 있는 계획된 마을 - 인흥마을 남평문씨세거지 -나의 여행이야기/경상도 2011. 7. 5. 23:02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 위치한 인흥마을은 문익점의 18대손 되는 문경호님이 약 150년 전 이곳에 정착한 이후 남평문씨들만이 살고 있어서
남평문씨 세거지란 명칭이 붙게 되었습니다. 마을 전면에는 수봉정사라는 수봉의 사랑채가 자리잡고, 뒤쪽에는 8채의 한옥이 높은 토담을 경계로
배치되어 있으며 마을 한쪽 끝에는 광거당이라 하는 제실(祭室)이 있습니다. 집집 모두 전통한옥으로 일(一)자, 기역자, 디귿자, 미음자로
저마다 필요에 따라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서로 사랑채, 안채등 한옥의 형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남평문씨세거지는 다른 곳과 같은 전통 한옥마을은 아니고 1910년대 부터 40년대까지 계속 지어진 당시로서는
신흥마을 인 것입니다. 남평문씨 세거지는 한국건축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계획마을로 지어진 마을입니다.
수봉정사와 광거당을 중심으로 집들이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어 질서적인 무게를 지닐 수 있게 하였습니다.
남평문씨세거지는 원래 인흥사라는 제법 큰 절의 절터였으며 이절에 있던 작은 삼층석탑은 지금 마을의 밭에 남아있고
대웅전이 있던 자리에 바로 수봉정사가 들어앉아 있습니다.
수봉정사는 높은 솟을대문과 일자집 사랑채로 구성된 아주 단순한 구성이긴 하나 수봉정사를 대문이나 정원등에 의해
오히려 깊은 품격을 우러나오게 합니다.
앞마당에는 정원으로 소나무, 배롱나무, 모과나무로 배치하고 담장에는 매대를 설치하여
홍매,백매가 지금도 3월이면 어김없이 피어난답니다.
수봉정사 뒷문에는 각 집으로 연결되는 길이 되어있고 전통흙담으로 구획이 나누어진 집집마다 능소화, 장미꽃 넝쿨이 운치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곳은 아직도 후손들이 살고 있으며 가문에 걸맞는 인사들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전 국회의원 문태갑씨는 지금도 이곳에 살고 있으며
대구광역시장인 문희갑씨도 이 마을 출신이랍니다.
광거당은 전국 곳곳에서 학자와 문인들이 찾아와서 학문과 예술을 토혼하는 문학공간으로 이용되었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고
망국의 아픔을 토로하는 시국토론장으로 주목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광거당의 또하나의 특징인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입구를 가로막는 헛담이 있습니다. 건축학적으로 어떤 기능도 하지 않기 때문에
헛담이라고 부르지만 이 헛담은 대문에서 바로 광거당이 보이지 않도록 쌓인 담으로, 건물의 품위를 더욱 더 높일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공기의 흐름을
활발하게 해서 시원하게 해주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역활을 합니다. 그리고 또하나 재미난 것은 헛담의 토담 중앙 아래부분에
연꽃하나를 새겨놓는 재치가 아주 돋보입니다.
툇마루 현판에 걸려 있는 글씨가 아주 독특합니다. 수석노태지관(壽石老苔池館)이라고 쓴 추사체현판은 "수석과 묵은 이끼와 연못으로 이루어진 집"이란 뜻이며
지금은 묵은 이끼와 연못이 메워지고 없으나 뒤뜰의 대나무숲과 담장밖의 오래된 소나무들이 당시의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고가(古家)경우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으면 같은 집인데도 훈기가 돌고 윤기가 흘러 집이 돋보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가치있는 훌륭한 집이라도
그곳에 사람의 손길이 끊어지면 점차 퇴색해 그 가치를 잃습니다. 이런의미에서 인흥마을은 살림살이가 이루어지고 있는 옛집들이
모여있어 더욱 그 빛을 발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 수명을 다한 능수화 꽃들이 떨어진 골목길에서도 그 자체가 고고한 그림이 되어
아름다운 풍경화를 이루는 좁은 흙담벽길 자꾸만 시선이 머물러 발길을 돌리기가 아쉽습니다.
오늘 대구에서 찾은 숨은 또하나의 문화유산 인흥마을 남평문씨세거지에서
소리없이 이어져 온 아름다운 문화유적을 답습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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