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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공연] 제주도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문화리뷰/공연리뷰 2021. 9. 23. 09:16

    제주도 창작오페라 순이삼촌은 1978년 4.3사건의 아픔을 담아낸 현기영작가의 소설 "순이삼촌"의 원작을 제주시(제주아트센터)와 제주4.3평화재단이 공동제작한 창작오페라입니다. 지난 해 성공적인 초연을 마치고 올해 9월17일(금)~18일(토) 양일간 제주아트센터에서 다시 선을 보였습니다. 1947년을 시작으로 1954년까지 7년여의 기간 동안 잔혹한 인명피해와 수많은 재산손실 등 제주도민들에게는 아직까지도 깊은 상처로 남아 있고 2000년대 이후 비로소 4.3특별법이 공포되어 사건의 진상조사가 실시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사건의 정명조차 되지 못하고 여전히 4.3사건으로 불리어 지고 있습니다. 

     

    무대는 제주 4.3사건 당시 제주 조천면 북촌리에서 벌어진 양민학살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약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에 중간의 한 번의 휴식시간이 있고 구성은 총 4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1막 태사룬 땅을 밟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과 가해자의 시선은 서로 다른 갈등으로 충돌하게 됩니다. 1막의 시작은 마을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상수가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위해 8년만에 고향북촌에 돌아오고 친척들에게 듣게 되는 순이삼촌의 죽음소식을 듣고 그동안 외면하려 했던 자신의 기억속 북촌을 떠올리며 서로 다른 시선속에 잠시 언쟁이 있었지만 돌아가신 순이삼촌을 회상하며 마지막으로 택한 옴팜밭...그곳은 순이삼촌에 어떤 곳일까?로 극은 시작됩니다.

     

    2막 북촌, 이승과 저승사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현실의 시작...1948년 매서운 추위가 시작되고 있는 겨울, 마을 사람들은 북촌국민학교로 모이게 됩니다. 아무 영문도 모르는 마을주민들, 그들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운동장에 모인 마을사람들은 그들을 에워싼 군인들의 무서운 기세에 짓눌려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되고 그곳엔 어린 상수와 길수를 포함한 가족과 산속 동굴로 피신했던 순이삼촌은 마을에 남아 있던 오누이를 데리고 가려다 본인 역시 오누이와 함께 운동장에 모이게 됩니다.

     

    군인들은 군경가족과 대동청년단 가족들을 제외한 마을사람들을 일주도로변 4개의 밭에 나누어 학살하기 시작했고 마을에 불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한낱한시에 떼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삼백여명...정황도 없이 무장대에 협력하였다는 이유로 죽어야만 했던 사람들. 북촌뿐만 아니라 이미 제주도 전역에서는 이렇게 무자비한 살상이 진행되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체 더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순이삼촌이 싸늘하게 식은 두 어린 자녀를 발견하고, 현실을 감당하지 못해 정신 착란을 겪는 장면이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격정적인 분위기 속에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가 애절하게 들려옵니다.

     

    3막 1948년 마침내 해제된 소개령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현실의 시작. 

     

    마을 사람들은 함덕으로 소개된 지 3개월만에 북촌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미 폐허로 변해버린 마을. 군인들은 사람들을 동원해 전략촌이라는 성을 쌓기 시작합니다. 

     

    갓난아이를 들고 옴팡밭에서 밭일을 하는 순이삼촌. 자녀를 묻은 밭에서 노동하는 모습을 섬뜩해 하면서 동시에 안타깝게 여기는 해녀들 생존의 의지를 부각하면서 그렇기에 더더욱 비통한 현실을 느끼게 합니다.

     

    4막 넋은 넋반에 혼은 혼반에 비로소 눈 감은 순이삼촌과 기억해야 할 이름들. 1979년 음력 열여드레날 북촌. 싸리 눈이 낼리는 옴팜밭. 머리가 희끗희끗한 순이삼촌이 정갈한 차림으로 아주 먼 길을 떠나는 사람처럼 자신의 옴팜밭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1948년 음력 섣달 열아흐레 이곳 옴팜밭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죽어간 밭입니다. 바신이 일구던 밭에서 오누이를 잃고, 혼자 유령처럼 살아남은 순이삼촌. 그곳에서 깊은 회환에 잠기며 쓸쓸히 생을 마감합니다.

     

    문석범님의 휘어퍼포먼스에 저승으로 향하는 과정을 부각시키고자 연출된 무구 ‘기메’ 그리고, 무용가 박연술의 위무는 떠나가는 영혼에 대한 애절함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마지막 합창곡 ‘이름 없는 이의 노래’는 희생자 명단을 영상으로 비추면서 보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초연에는 당시 배경 화면에 ‘4.3특별법 개정안’을 촉구한 바 있는데, 올해는 개정안 촉구를 넘어 ‘4.3정명’이란 화두를 띄웠습니다. 그러면서 ‘제주4.3이 여전히 사건으로 불리는 한 제주4.3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문구를 남깁니다. 4.3의 정명을 찾는 그날까지,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은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하며 4.3을 널리 알릴 것 입니다.. 

    오페라 '순이삼촌'은 17~18일 제주 공연을 마치고 12월 30일 경기아트센터에서 한 번 더 공연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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