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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이 느껴지는 서귀포 한우 맛집
    설렘 그리고 감성 in Jeju/오늘은 뭐먹지?(제주도맛투어) 2020. 9. 27. 07:25

    전 날 잠을 자기 전부터 고기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습니다. 야심한 밤에 나가서 구워먹을 수도 없으니 꾹 참고 자고 일어나 서귀포 한우 맛집 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부부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곳이라 정감있고 아늑한 분위기의 식당이더군요. 삼수정 한우 뿐만 아니라 흑돼지도 맛있었습니다.

     

    점심부터 고기 구워 먹는 일은 흔하지 않을 것 같지만 저는 혼자서도 먹으러 오곤 합니다. 혼자 고기 굽기에는 고깃집이 다소 한가한 점심 때가 좋더군요. 저는 이번에는 동행이 있었지만, 이곳은 혼밥 가능한 고깃집이기도 합니다.

     

    좌식과 입식 테이블이 다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곳에서 운영을 해 온 듯 세월이 느껴지는 인테리어였지만 청결하고 정갈한 인상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우선 한우 먹기 전에 흑돼지 오겹살을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제주도 하면 흑돼지니까요. 가격은 1인분(200g)에 18,000원으로 다른 식당과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잘 달궈진 숯불 위에 불판이 올려지고, 잠시 기다렸다가 흑돼지를 바로 올렸습니다. 치이익 소리가 나면서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전 날부터 먹고 싶었으니 말입니다. ㅎㅎ

     

    서귀포 한우 맛집 반찬의 맛도 식당 분위기를 닮아서 정갈했습니다. 배가 고파서 감자조림은 금세 비워내고 리필을 부탁드렸는데 무뚝뚝할 것만 같았던 인상의 사장님께서 응대를 친절하게 해주시더군요.

     

    저는 고기 먹을 때 양파지를 많이 먹는 편입니다. 흑돼지, 한우 가릴 것 없이요. 양파가 싱싱한데다가 양념이 강하지 않고 적당한 간만 되어 있어서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양파지였습니다.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은 멍하게 바라보고 있게 됩니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올라올수록 대화가 적어지고 고기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둘 다 배가 고파서 더 그랬을 겁니다. ㅎㅎ

     

    한 판에 고기를 다 올려도 되겠지만 천천히 즐기고 싶어서 2 덩이씩 나눠서 구웠습니다. 가운데 올려진 멜젓 소스 주위로 흑돼지 오겹살을 가지런히 놓고 구웠어요. 보기 좋으라고 이런 건 아니고, 이렇게 해야 골고루 익을 것 같아서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육즙이 촉촉하게 올라오면서 구워지는 흑돼지 오겹살은 비주얼까지 맛있습니다. 요즘 돼지고기는 미디움으로 먹어도 된다고들 하던데...그래도 저는 노릇하게 익혀 먹는 게 맛있더군요.

     

    잘 익은 흑오겹살을 심사숙고해서 골랐습니다. 어짜피 다 먹을 것이긴 하지만, 처음 한 점을 고를 땐 고민하게 되더군요. 고기에 칼집이 들어가 있어 더 먹음직스럽게 익었습니다.

     

    고기 먹기 전에 멜젓에 고추를 썰어 넣어주었습니다. 원래 멜젓 끓이기 시작할 때 넣는데 깜빡했습니다. 취향에 따라 넣어도, 안 넣어도 괜찮으니 조금 늦게 했다고 큰일 날 건 없지만요.

     

    흑돼지를 멜젓에 푹~ 담갔다가 먹었습니다. 제주 멜젓은 다른 고기 소스와는 결이 굉장히 다른 소스이기 때문에 처음 드셔보시면 당황스러운 맛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맛에 중독된 사람도 굉장히 많지요. ㅎㅎ

     

    고기는 씹을 때마다 육즙이 자르르 흘러 나옵니다. 고소함과 동시에 담백함이 느껴질 정도로 느끼하지 않았어요. 양파지를 곁들여 먹으면 상큼함이 더해져서 질리지 않아 혼자 2인분도 먹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고기 먹을 때 야채를 많이 먹어주어야 한다는 의무감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상추쌈에 고기 한 점 올리고 마늘과 양파, 파채 등을 듬뿍 올려 싸먹었어요.

     

    흑돼지 중 단 한 가지 부위만 먹어야 한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오겹살을 택할 것 같습니다. 비계가 있는 부위에서 흑돼지의 풍미가 빛을 발하거든요. 쫄깃한 껍데기의 식감도 좋고요.

     

    흑돼지에서 한우로 넘어갔습니다. 서귀포 한우 맛집 차돌박이로 주문했지요. 가격은 1인분(200g) 에 25,000원 입니다.

     

    고기 먹다가 흐름이 끊기는 것을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흑돼지 오겹살은 불판 가장자리로 밀어두고 가운데에서 한우 차돌박이를 구웠습니다.

     

    차돌박이의 장점 중 하나는 초고속으로 익혀 먹을 수 있다는 점이지요. 오래 구우면 오히려 맛이 없으니 두 세 점만 올려서 적당히 익었을 때 바로 먹어주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 많은 서귀포 한우 맛집이라 역시 고기의 질도 좋더군요. 차돌박이 주문하면 기름만 있는 부위 주는 경우도 있는데 여긴 소고기의 풍미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좋은 퀄리티의 고기를 내어줍니다.

     

    한우도 양파지 듬뿍 곁들여 먹었습니다. 차돌박이는 기름진 부위이기 때문에 양파와의 궁합이 흑돼지보다 더 좋더군요. 이렇게 먹으면 몸에 기름도 덜 쌓인다고 합니다.

    쌈채소가 참 싱싱했습니다. 올 해는 장마가 길고 태풍도 세 개나 와서 채소 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는데도...이렇게 신선한 야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요.

     

    새송이버섯은 가로로 썰어서 구웠습니다. 세로로 썰어 굽는 것보다 버섯의 즙이 촉촉하게 살아있고 쫄깃한 식감도 좋아서 저는 미리 잘려 나오는 게 아니면 거의 이렇게 구워 먹곤 합니다.

     

    서귀포 한우 맛집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보니, 가업승계기업 선정 인증 사진이 있더군요. 우리나라에는 대를 이어 하는 식당이 많지 않던데, 이런 식당들이 늘어갔으면 합니다.

     

    전 날 밤부터 그렇게 먹고 싶어했던 고기를 마음껏 먹고 나니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성산의 오름에 오르기로 했어요.

     

    이곳은 올레 1코스 초입에 자리잡고 있는 두산봉입니다. 원래 이곳만 걸으려 했는데 한우와 흑돼지의 힘인지 걷다보니 총 3시간 정도 걸었더군요. 무계획 여행이었지만 뿌듯하게 오후를 보냈습니다.

     

    얼마 올라오지 않았지만 전망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왼쪽에는 우도가, 오른쪽에는 성산일출봉이 자리잡고 있지요.

     

    성산일출봉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몇 번 가보았는지 기억나지 않을만큼 여러 번 올랐던 곳이에요. 일출을 보면 최고지만, 한낮에 올라도 멋진 오름입니다.

     

    우도 앞바다에는 배들이 평화롭게 떠 있었습니다. 어떤 고기를 잡으러 가는 배일지 궁금하더군요. 요즘 갈치도 잘 잡힌다던데 저도 한번쯤 갈치 낚시 가보고 싶기도 합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이런 풍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음이 느긋해져서 일어나기 싫은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삼수정 분위기가 정겹고 편안해서 혼자 가도,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가도 부담없이 고기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육즙 풍성했던 흑돼지 오겹살은 물론이고, 한우까지 맛있더군요. 다음에 성산 방문하면 서귀포 한우 맛집 차돌박이 또 생각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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