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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갈치로 만들어 고퀄인 제주 성산 갈치조림
    설렘 그리고 감성 in Jeju/오늘은 뭐먹지?(제주도맛투어) 2020. 9. 8. 17:19

    제가 제주에서 갈치 요리를 먹을 때 확인하는 것 한 가지가 있습니다. 생갈치로 요리하는 식당인지의 여부입니다. 제주 성산 갈치조림 먹으러 간 우리봉식당 역시 생갈치를 사용하는 곳으로 이름나 있습니다. 냉동갈치로 만든 갈치조림이야 육지에서도 흔히 먹을 수 있는데, 갈치 산지인 제주에서까지 냉동갈치를 먹었다면 조금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ㅎㅎ

     

    성산일출봉 앞에 자리잡고 있는 식당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침 9시에 일찍 문을 열더군요. 저희는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들러 식사를 했습니다.

     

    주차는 골목길이나 건물 뒤편에 하면 됩니다. 영업시간은 9:00 ~ 20:00 인데 매 주 수요일은 휴무임에 유의해주세요. 관광지 주변에는 수요일에 쉬는 식당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성산에 사는 지인에게 이 식당을 소개받았습니다. 지역 주민이 추천하는 곳은 일반적으로 음식 퀄리티와 가성비가 보장되지요. 주문은 세트 메뉴 1 로 했습니다.

     

    원산지 표시판을 보니 고등어, 갈치, 옥돔, 성게, 오분작 모두 제주산이었습니다. 로컬 재료를 사용해서 요리하면 신선도가 높아 맛도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해산물의 경우엔 더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가족 손님들이 많이 오시는지 유아용 의자가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테이블은 좌식과 입식 중 골라 앉을 수 있고요.

     

    저희가 고른 세트 메뉴에는 제주 성산 갈치조림 小, 전복해물뚝배기, 고등어구이, 공기밥 4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명 관광지 바로 앞에서 55,000원에 네 명이 제주향토음식으로 식사할 수 있다니 실속있게 느껴집니다.

     

    갈치조림은 小 였는데도 갈치 토막이 넉넉하게 들어있었습니다. 무와 감자, 파, 깨를 곁들인 전통적인 느낌의 갈치조림입니다. 미리 끓여 나오기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있어 배고픈 우리에게 딱이었습니다.

     

    생갈치로 만든 제주 성산 갈치조림은 확실히 살이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게다가 양념이 속까지 은은하게 스며들어 있어서 갈치살만 먹어봐도 맛있지요.

     

    제 평생 먹어 본 갈치조림 중에서 제주 성산 갈치조림은 탑 클래스에 속하는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생갈치의 매력은 살려주면서도 존재감 있는 양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식은 다음에도 비리지 않더군요.

     

    무와 감자는 속까지 빨간 양념이 배어들어 있었습니다. 무를 한 입 먹어보니 촉촉한 채즙 사이로 달달한 맛이 스며나옵니다. 무 몇 조각만 있어도 밥 한 공기 쯤이야 문제 없겠더군요.

     

    저는 갈치 먹을 때 미리 뼈를 다 발라내놓고 큼직한 갈치살을 한 입에 넣어 푸짐하게 맛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미리 손질해 놓는 게 덜 귀찮기도 하고요. ㅎㅎ 생갈치라 부드러워서 젓가락과 숟가락을 동시에 사용해서 손질하는 게 편하더군요.

     

    밥에 갈치살 올린 다음 양념에 숟가락을 푹 담갔다가 먹어보았습니다. 지인의 추천을 받고 와서 기대감이 높았는데도 그 이상의 맛이었습니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갈치의 고소함과 양념의 균형이 잘 맞았습니다.

     

    고등어구이는 접시를 가득 채울만큼 큼직한 것으로 준비되었습니다. 간장에 고추냉이를 풀어놓고 먹을 준비를 마쳤지요. 기본 간이 되어 있어서 저는 간장 없이 먹어도 맛있었습니다.

     

    노릇하게 잘 구워져 있는 고등어구이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나왔습니다. 노릇한 비주얼도 식욕을 자극했지요. 고등어의 기름이 적당히 빠져있어 느끼하지 않아 계속 먹게 되더군요.

     

    고등어살만 먹어봐도 비린 맛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생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비린 맛에 유독 민감해서 생선구이 남기고 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여기선 뼈에 붙은 살까지 다 발라먹고 왔습니다. ㅎㅎ

     

    예전에 제주에서 낚시로 고등어를 잡았을 때 생각이 나더군요. 배 위에서 회를 떠 먹었는데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고등어가 비린 생선이라는 편견을 깨주었던 경험이었지요.

     

    전복해물뚝배기는 그릇 위로 푸짐하게 해산물이 담겨 나왔습니다. 우선 국물부터 한 숟가락 맛을 보니 굉장히 시원하고 깔끔해서 해물뚝배기의 정석이라 부르고 싶었습니다.

     

    전복, 꽃게, 바지락, 딱새우, 가리비 등등. 국물 맛을 고급스럽게 내주는 천연조미료라고 할 수 있는 재료들로 꽉 채워져 있어서 맛이 없을 수가 없더군요. 피로까지 개운하게 씻어주는 맛이었습니다.

     

    태풍이 연달아 와서인지 9월 들어서면서부터 날씨가 갑자기 선선해졌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회를 찾던 저였는데, 이젠 뜨끈한 국물이 반갑더군요.

     

    전복을 비롯한 해산물들의 신선도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같은 국물에 들어있지만 각각 해산물의 풍미와 식감이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참, 순두부가 들어있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옆 테이블에서 맥주 한 잔 하시는 것을 보니 저희도 그냥 있기 어려웠습니다. 왜 옆 테이블에서 먹는 건 다 맛있어 보일까요. ㅎㅎ 딱 한 병만 시켜서 가볍게 반주로 곁들였습니다.

     

    밑반찬은 6가지 정도 나왔는데, 골고루 맛이 좋았습니다. 제 최애 반찬 중 하나인 감자볶음에 무말랭이, 멸치볶음, 어묵볶음 같은 가정식 찬으로 준비되었습니다.

     

    양념장을 뿌린 두부가 참 맛있었습니다. 부쳐내지 않은 생두부였는데도 고소함이 일품이더군요. 양념장의 고소하고 짭쪼롬한 맛이 두부의 풍미를 깊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제주 성산 갈치조림 맛있고 배부르게 먹은 뒤에는 광치기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성산일출봉의 모습을 가장 멋지게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구름이 하늘 위 뿐만 아니라 바다 위에도 깔려 있어서 동화 속 풍경 같은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광치기해변에서 성산일출봉이 굉장히 가까운데도, 이 날만큼은 상상 속의 섬처럼 멀게 느껴지더군요.

     

    광치기해변을 따라 걷다보니 조금씩 구름이 걷혀가기 시작했습니다. 제주 날씨는 참 오묘한 것 같아요. 순식간에 흐렸다, 비가 내렸다, 맑았다 할 때가 많습니다.

     

    제 등 뒤로는 먹구름이 깔려 있는데 바다 쪽은 맑디 맑아졌더군요.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이 그대로 비춘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생긴 웅덩이에는 물고기들이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나 뭔가 있지 않을까 해서 한참 바라보았는데 제가 보고 있는 걸 눈치 챘는지 작은 게 한 마리만 만났습니다. ㅎㅎ

     

    광치기해변은 올레 1코스의 종점이자 2코스의 시작점입니다. 이제 제법 선선해졌으니 조만간 올레길을 걸어봐야겠다 싶더군요. 이 날도 천천히 올레길 따라 1시간 정도 걸어보았어요.

     

    차를 타고 해안드라이브를 하면서 보는 제주 바다도 아름답지만, 걸으면서 보는 바다도 매력 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만난 바다는 이렇게 사진만 봐도 그 때의 물빛과 바람, 향기까지 머릿 속에 떠오르더군요.

     

    앞으로 제주 성산 갈치조림 먹고 싶을 땐 망설임 없이 우리봉식당 쪽으로 향할 것 같습니다. 생갈치에 양념까지 맛있으니 만족할 수 밖에요. 성산일출봉이나 우도 쪽 가실 때 식사하기시 좋은 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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