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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법 이색적인 애월 흑돼지 맛집
    설렘 그리고 감성 in Jeju/오늘은 뭐먹지?(제주도맛투어) 2020. 5. 6. 06:45



    지인들과 함께한 여행에서 역시 남는 건 먹을 건가 봅니다. 흔하지 않은 애월 흑돼지 맛집이라고 해서 애월에서 갔던 곳이 기억이 자꾸 나는 걸 보니 말입니다. 고기와 해산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아주 큰 건물을 상상했는데 예상과 달리 토속적인 느낌의 시골 마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어서 무척 색달랐습니다. 그 점이 이색적이기도 했고 맛은 맛대로 좋아서 다음에 이곳을 지날때 한 번쯤은 더 들릴 겸 해서 나름 뇌리속 코스에 넣어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판 위에 올려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것만 봐도 술이 그냥 술술 넘어갈 것 같았는데 날이 많이 춥지 않아서 두껍지 않은 옷을 입고 먹으니 더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고기 외에 다양한 채소들도 구워 먹을 기회가 되어서 얼마나 무난했는지 모릅니다. 특히 콩나물과 같은 건 더더욱 아삭함에 반해서 먹게 되었는데 그냥 무쳐진 것 그대로 먹어도 맛이 좋더니 불에 좀 더 익혀 먹으니 훨씬 더 뜨끈하니 식감이 괜찮았습니다.









    공룡랜드 바로 앞쪽 부근에서 식사 전후에 들리기 좋고 가게 입구 제주의 상징과 같은 돌담 위에 누렁소&도새기라고 적혀 있어서 한눈에 어디인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차는 근처에 있는 주변 골목에 하면 됩니다. 안 보이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할 수 있는데 그럴 필요 없이 할 만한 공간이 제법 있습니다.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것 같은 푸근한 느낌의 건물과 앞쪽에 놓여 있는 테라스 자리. 곳곳에 보이는 채로 되어 있는 대야 등이 좀 더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징검다리같이 있는 돌길을 따라 걸어가면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냥 지인들끼리 왔지만, 가족단위로 어린아이들과 오는 손님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앞마당에서 편하게 뛰어놀기도 합니다.





    나물들을 햇볕에 말리고 있었는데 제주에서 꼭 먹어줘야 하는 것 중 하나인 고사리인 듯 보였습니다. 이렇게 말려서 보관하면 좀 더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고 할머니가 말했던 게 문득 생각이 나던 순간이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다른 가게와는 달리 친환경적인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그런지 더더욱 맛이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마당 쪽의 부지가 아주 넓은 편이었는데 덕분에 놀거나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모양을 낸 키가 작은 나무들도 보였고 그 너머에는 그네의자가 있어서 앉아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리도 가게 안에 들어가서 뭐 먹을지 말하는 것도 깜빡하고 여기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한참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기뿐만이 아니라 해산물도 함께 먹을 수 있으니 당연히 수조가 있어야 하죠. 그 안에는 넘실거리며 헤엄을 치는 문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얌전히 벽에 딱 달라붙어서 안 움직이는 게 아닌 걸 보아하니 내부 환경이 제법 좋은 듯 보였습니다. 관리를 잘하고 있으니 맛이 좋다고 소문이 난 거겠지요.





    우리는 현지에 사는 친구가 추천해준 스페셜 중 흑돼지가 들어가 있는 것을 먹겠다고 바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거기 안에는 문어도 포함되기 때문에 주문과 동시에 수조에서 바로 잡아주시더라고요. 아주 실한 놈이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저와 지인의 눈에 보이는 게 발판의 힘이 어찌나 센지 냄비에 딱 달라붙어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그 힘에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자리에 앉고 나서 주문을 하는데 저희는 들어가면서 말씀을 드리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곳부터 다양한 위치에 자리가 있어서 편하게 원하는 곳에서 식사하면 됩니다. 오전 11시에 오픈해서 밤 9시 반에 문을 닫는다는 거 참고 하시고 인기가 많은 곳인 만큼 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예약은 따로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앗, 저기 있다! 라며 지인이 알려줘서 고개를 돌려보니 저희가 주문한 스페셜 메뉴가 인기라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상호에 적혀있던 도새기란 말이 돼지였다는 걸 이걸 보고 알게 되었다고 지인중에 제주를 처음 온 지인이 말합니다. 흑돼지 한 근과 문어, 찌개까지 하면 금액대가 훌쩍 올라갈 것 같았는데 예상한 것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하나둘씩 반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정갈하게 담겨 있으면서도 친숙한 것들이 나왔습니다. 또 고기와 곁들여 먹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것들 위주였고 척 봤을 때부터 간이 많이 세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맛을 보니 역시나 바깥 음식이라는 느낌보다는 할머니 손맛이 담긴 맛이라고 하는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깻잎 장아찌 역시 있었는데 여기에 고기 쌈을 싸서 돌돌 말아 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반찬이기도 하고 애월 흑돼지 맛집에서 내어준 건 더더욱 맛깔나는 향내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여기의 반찬이 유명한 건 텃밭에서 직접 정성 가득히 키운 것들 위주로 나오기 때문에 이 역시 시장에서 판매되는 깻잎이 아닐 거지요. 그러니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버너와 함께 불판이 나왔고 그 위는 가장 먼저 돼지고기가 올려지고 김치와 고사리, 콩나물 무침까지 함께 세팅됐습니다. 기름이 빠지는 곳에 종이컵을 받쳐두고 있었고, 불판은 살짝 기울어져 있어서 기름기 흥건한 걸 먹을 일은 없어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세팅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수조에서 잡은 문어는 이 중앙에 놓이게 되는데 문어와 흑돼지의 궁합이 그렇게 좋다고 하니 이렇게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모든 고기는 사장님이 다 직접 손질을 해주시기 때문에 더더욱 믿을 수가 있었고, 보고 있으니 배가 고파져서 어서 익어지기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게 되면 한입에 들어갈 수 있게끔 잘라줍니다. 사실 제주 곳곳을 다닐 때 전복을 같이 구워 먹거나 딱새우가 나오는 곳은 종종 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세트로 나오는 건 처음이라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금액적으로 따져봤을 때 우리 소비자로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사장님 입장에서는 돌문어가 훨씬 더 비싸니까 손해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먹었을 때의 맛이 훨씬 좋아서 판매하신다고 하니 그 배려에 맛깔나게 먹는 게 우리들 몫이겠지요.





    모두 다 손질이 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만 하면 됩니다. 문어 같은 경우에 머리는 찌개에 들어가기 때문에 따로 두고 몸통과 다리만 열심히 잘라 줬습니다. 어느새 불판 위는 한가득 먹거리로 가득 차졌고 솔솔 풍기는 고기 내음과 문어 특유의 짭조름한 느낌의 향 덕분에 우리의 침샘은 아주 제대로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먹어도 될 정도로 익혀지고 나서는 하나둘씩 집어 먹기 시작했고 입안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담백한 살코기의 식감과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씹을 때마다 육즙이 펑펑 터지는데 마치 소고기를 먹는 건가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애월 흑돼지 맛집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로 맛에 있어 독보적으로 좋을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 했습니다.





    거기에 먹을 게 푸짐하다는 것도 참 좋았습니다. 특히 야채와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는데 기본적인 쌈이나 장아찌가 아닌 함께 불판 위에 올려두고 구워 먹는 콩나물 무침도 반가운 것 중 하나였습니다. 씹으니까 아삭거리면서 채즙이 진하게 흘러나오는데 매콤한 양념의 맛이 잘 어우러져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문어는 숙회로 해 먹는 걸 가장 선호하고 그렇게 먹는 게 제일 맛이 좋은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렇게 불판 위에 올려두고 구워서 먹어보니 색다른 거 있죠. 특히 돼지기름이 흘러내려 오는 곳에서 구워지다 보니까 좀 더 맛에 있어서 감칠맛 같은 게 더 해진 것 같았고 씹을 때마다 팡팡 터지는 즙이 이것 역시 만만찮았습니다.





    이런 날에 술이 빠질 수 없는 법입니다. 바로 한라산 한 병을 주문했고 오가는 잔에 애정을 담아서 한 잔씩 했습니다. 안주가 좋다 보니까 훨씬 더 술술 넘어가는 날이었고 기분 좋게 한 잔씩 하자는 게 조금 과해져서 살짝 취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일정의 마지막이라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음 큰일 날 뻔했습니다.





    톡 쏘는 알코올도 한잔 마련되어 있으니 좀 더 제대로 먹어볼 생각에 상추를 하나 집었습니다. 텃밭에서 키운 거라고 그러더니 확실히 부들부들 거리는 게 다르더라고요. 줄기는 아삭하니 씹힐 정도로 단단함이 있었고 부드러운 이파리와 같이 즐기기 위해 위에 문어와 고기 등을 함께 올려 줬습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것 중에 어울릴 만한 것도 같이 올려서 먹을 준비를 하고 한입에 밀어 넣어주듯 맛을 보니 이건 뭐, 그냥 하나의 요리 같았습니다.





    그리고 찌개도 나왔겠다 해서 밥도 같이 먹기로 했습니다. 밥 위에 돼지고기 한 점, 마늘종 하나 이렇게 조촐한 반찬으로만 먹어도 너무 맛이 괜찮은 거 있죠. 특히 마늘종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간이 깊게 배여 있어서 간장의 짭조름함과 달콤함을 함께 즐길 수 있었고, 고기는 부드러운 게 질긴 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찌개 속에 있는 김치와 고사리도 함께 먹어주면 토독거리며 터지는 그 느낌을 즐기기 위해서 자꾸만 손이 가게 됩니다. 찌개는 아주 맵지 않아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고, 부드럽게 씹혀지는 김치는 푹 잘 익었습니다. 거기에 일반 가정집 같은 느낌의 가게라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할머니 집에 와서 밥 먹는 기분이 자꾸만 들어서 신기했습니다. 음식의 맛이 토속적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간단히 먹는 방법은 그냥 고기와 문어 정도입니다. 야채 하나 넣어줄 겸해서 고사리도 포함을 시켜줬습니다. 수다도 떨고 다른 반찬을 먹기도 하고 한다고 시간이 좀 지나서 먹었던 거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겉은 말라 있는 듯 했는데 씹으니까 육즙은 고스란히 머금어져 있었습니다. 팡팡 터져 촉촉함을 만끽하며 먹을 수 있었던 셈입니다.





    밥을 모두 이렇게 해서 다 먹을 수 있지만, 애월 흑돼지 맛집에서는 특별한 방법으로 먹는 게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먹기로 하고 불판 위에 남은 밥을 각자 올려줬습니다. 딱 반씩 남아있던 터라 1인분 정도 되는 양이 될 법했고, 제대로 볶아 먹기 위해서 고기와 남아있는 야채들 모두 가위로 잘게 잘라줬습니다.





    이렇게 하고 참기름 정도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았는데 사장님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달걀 2개가 필요하다고 하셨고 아주 실해 보이는 거 2개를 챙겨오셨습니다. 불판을 달궈준 다음에 밥이랑 채소가 볶여질 준비가 다 되게끔 주걱 같은 걸로 중앙으로 슥슥 밀어 모아줬습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달걀 깨기 스킬을 시전하시며 중앙에 놀려줬습니다. 노른자가 얼마나 탱실거리며 탄력 넘쳐 보였는지 진짜 사용하는 식재료가 다 좋구나,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모두 준비를 하고 나면 불이 제법 오른 뒤에 모두 뒤적이며 볶아주면 됩니다. 어떻게 먹어도 맛이 좋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하지만 웬만한 기술은 필요해 보입니다.





    밥은 볶아질수록 점점 양념이 묻어나서 빨갛게 되었고 전체적으로 맛깔나 보이는 비주얼로 변했습니다. 먹어도 될 법 해 보였는데도 말씀이 없으셔서 자세히 보니 귀엽게 하트 모양을 만들고 계셨고 모양이 완성될 때까지 우리는 얌전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완성이 된 하트 모양의 밥과 함께 먹은 거는 바로 이 된장찌개. 찌개는 해산물도 함께 들어가 있어서 훨씬 국물의 맛에서 깊음이 느껴졌고 구수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하나씩 꺼내어 보면 다양하게 많이 들어가 있었고 이 건 모두 다 먹어도 되는 거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찌개 속에도 역시나 고기가 함께 들어가 있었고 애호박과 같은 야채들과 같이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흰 쌀밥과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볶음밥과도 먹어도 전혀 별로다! 라는 건 없었습니다. 술술 잘 넘어가게 도움을 주기도 했고 문어 머리는 부드럽게 씹혀서 자꾸만 땡기는 맛이었습니다.





    결국, 한 그릇 더 추가로 주문한 우리는 된장찌개도 깨끗하게 비워내 줬습니다. 꽃게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감칠맛이 장난 없게 진하게 느껴졌는데 제가 워낙에 좋아하는 맛이라서 손이 계속 가게 됩니다. 술 마시는 것도 잊은 채로 국물을 떠 먹다 보니까 건더기가 동동 있는데 이것까지 깨끗하게 발라먹으니 뚝배기 설거지가 필요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리 먹고 나서는 조금 남은 볶음밥과 고기를 함께 먹어줬습니다. 여기는 솔직히 간단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 들리는 곳이라기보다는 정말 밥이 먹고 싶을 때 오면 좋은 것 같습니다. 분위기와 맛, 서비스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건 물론이고 밥맛이 꿀맛 같아서 술술 넘어가거든요.





    사람들이 왜 애월 흑돼지 맛집이라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식사. 깔끔하게 클리어하고 나서는 조금 주변을 걷기로 했는데 그냥 눈이 닿으면 그림 같은 곳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갔던 날에는 날씨도 한 몫 도와준 것 같습니다. 푸른 하늘과 가끔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하여 배불리 먹고 나서 제대로 힐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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