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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풍경] 가파도가 선물한 멋진 수묵화 풍경설렘 그리고 감성 in Jeju/제주이야기 2016. 6. 3. 07:00
가파도가 선물한 멋진 수묵화풍경
가파도에서 바라 본 제주본섬의 모습이 해무에 가려 마치 수묵화와도 같은 은은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사계해안의 유명한 형제섬을 필두로 송악산과 산방산 그뒤를 웅장하게 받혀주는 한라산까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와 가던 발길을 멈추고 자연이 그려낸 멋진 작품을 그저 말없이 감상하게 됩니다.
점차 날이 흐려만 가고 가끔 날리는 비에 모처럼 찾은 가파도 일정이 아쉬워질려는 순간 또다른 모습으로 위안을 해 주어 잔잔한 감동을 받고 오히려 쉽게 접하지 못한 풍경을 선물받아 오늘 가파도여행일정은 이 모습 하나만으로 충분히 만족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옵니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와 제주본섬 중간에 위치한 징검다리 섬 가파도는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섬이기에 매년 5월 청보리가 가득할때면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넘치는 섬이기도 합니다. 조선 중기까지 무인도였던 가파도는 국영목장의 설치를 계기로 마을이 들어섰다고 하고 1751년(영조27년) 목사 정연유가 이곳에 소를 방목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이 들어와 살았다고 합니다.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약 5.5km 지점에 위치한 가파도는 도항선을 타고 약 20여분을 가면 다다를 수 있고 축제기간을 제외하고는 여유롭게 가파도여행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요금은 성인기준 왕복 11,400원에 해상도립공원 입장료 1,000원이 추가됩니다. 해안선 길이가 약 4.2km로 3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가 있으며 섬 중간을 질러가면 가파도의 독특한 마을모습과 보리밭 풍경을 감상할 수가 있습니다.
1만8천여신이 존재하는 제주는 신화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제주 곳곳을 다니다 보면 마을마다 당을 모시는 곳이 하나씩은 있고 다양한 신화를 품고 있습니다. 가파도에도 상동 선착장에서 마을로 가다보면 바다를 향해 마치 불턱모양의 제단이 있는데 상동할망당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제주민간신앙에서는 '제단'은 주로 남자들이 주도를 하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축제형식의 제사가 치러지는 곳이라면 '당'은 여자들이 주도하여 어부와 해녀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곳 입니다. 가파도 주민들은 당을 할망당이라고 부르는데 각각 상동과 하동에 하나씩 있으며 상동할망당은 '매무리당'. 하동할망당은 '뒷서낭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바다에 깊이 기대어 사는 곳이니만큼 할망당은 가파도 주민들에게 매우 소중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
갓 피어난 수국
여름이 되면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제주와는 다른 느낌의 마을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집들이 하얀색에 주황색지붕으로 단장하여 통일감이 있고 돌담도 제주본섬과는 다르게 현무암과 다른 돌들이 섟여 이질적인 느낌이 듭니다. 촘촘히 쌓여 있는 돌담은 단단한 느낌이 들고 이는 태풍의 길목에 서 있는 가파도의 생활환경이 만든 산물이 아닐까 추측을 해 봅니다.
보리가 익어가는 황금빛 벌판을 꿈꾸었던 풍경은 다소 늦게 찾아온 모양입니다. 이미 수확을 하기 시작하여 기대했던 풍경은 보이지 않고 하늘 조차 점차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청보리밭 풍경이 이미 경험을 해 봤기에 일부로 늦은 가파도일정을 잡았는데 너무 여유를 부린 듯 합니다. 남아 있는 보리들도 너무 익어 바래진 모습이었기에 황금빛 보리밭풍경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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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본섬과는 확연히 다른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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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에는 또다른 이색적인 풍경을 마을에서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마치 문패마냥 집 입구에 붙어있는 '해녀의 집' 그리고 그 밑에는 작은 빨간글씨로 경력이 같이 적혀 있습니다. 보통 경력이 적게는 20년에서 60년까지 적혀 있었고 그 중 40년이 그나마 많이 보입니다. 경력이 60년이면 도대체 몇 살부터 물질을 시작했으며 아무리 적게 잡아도 70을 바라보는 나이일텐데 경력이 붙어있다는 것은 아직도 물질을 하고 계신다는 말이니 그저 놀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가파도에는 상동과 하동 두개의 마을로 구성되어 있고 도항선을 타고 내리는 상동선착장에서 마을을 가로질러 가면 북쪽에 위치한 하동포구를 만나게 됩니다. 연륙 교통의 요지로 항만시설이 되어 있으나 간만의 차가 심하고 수심이 낮다고 합니다. 가파도 해역은 예로부터 거센 기류와 조류가 부딪쳐 나가는 수역이므로 이 곳을 지나는 외항선들의 표류와 파선이 잦았던 곳이라고 하고 1653년 가파도에 표류했으리라 짐작되는 네덜란드 선박인 "스펠웰로"의 선장인 헨드릭하멜이 "하란선 제주도 난판기"와 "조선국기"를 저술함으로 서양에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비교적 정확히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
하동포구를 지나 다시 해안을 따라 상동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저 멀리 등대너머로 아련하게 보이는 마라도 마라도와 가파도의 지명에 관한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가파도 좋고 마라도 좋고" 이는 가파도나 마라도에 가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 주면 갚아도 그만 말아도 그만이라는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돈 뿐만 아니라 또한 섬의 여인이 뭍에서 온 남자에서 가진 것을 모두 내 준 한탄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
날씨는 점차 궂어지기만 하고 이번 가파도 일정은 그냥 마음을 비우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섬을 돌고 있다가 눈 앞에 바다 너머로 보이는 한라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신기루마냥 해무에 숨어 그림자형태로 은은한 모습으로 서 있는 풍경은 쉽게 볼 수 없는 기이한 형상으로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나를 앞질러 자전거를 타고 가던 여인도 순간 멈추고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녀도 아마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 겁니다.▼
형제섬을 시작으로 송악산, 산방산, 그리고 그 뒤를 굳건하게 받쳐주고 있는 한라산까지 마치 하나로 묶인 듯 마냥 멋진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한폭의 수묵화 처럼 묵 하나에 농담을 달리 해 표현하는 자연이 준 멋진 그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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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 전체를 담은 사진 보다
더 많이 찍었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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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이렇게 알 수 없는 돌발에 때로는 당황을 하고 때로는 감격하고 그러는 가 봅니다. 여행을 즐겨하다 보면 환경에 적응하여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습관을 갖게 되고 그러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또다른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고 간혹 기대치 않았던 환경속에서 가슴 떨리듯 신비한 풍경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이번 가파도여행에서는 또하나의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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