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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여행] 1박2일에 의해 본질을 잃어버린 곳 아바이마을을 되돌아봅니다.나의 여행이야기/강원도 2012. 6. 4. 07:00
사람 허리 정도의 깊이로 땅을 파고 창문과 출입구만 지상으로 내놓은 토굴같은 집을 짓고 살았던 사람들...이는 해일이 일면 마을이 휩쓸려 가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살지않던 백사장으로 실향민들이 몰려들면서 시작된 마을입니다. 1954년 11월17일에 '수복지구 임시 행정조치법'에 의거 수복이후 북쪽에서 월남한 피난민들이 거주하면서 '속초리5구'가 아비이마을의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1966년 1월 1일 동제 실시에 따라 청호동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청초호와 인접했기 때문입니다. 고되고 어려운 피난민의 생활은 7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서 부분적 주택을 개축할 수가 있었고, 나름대로의 마을의 형태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300내지 400가구가 밀집해 모여살고 있었던 청호동은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인구가 60%를 넘고 있었으므로 수산가공물 공장이나 사료공장, 선박조선소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드리마 '가을동화'로 점차 대중속에 아바이마을이 소개되면서 부각되기 시작하였고 중앙동과 청호동을 오가는 갯배가 아바이마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버라이어티 1박2일에서 다시 이곳이 소개되면서 이제 아바이마을은 맛집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마을 배부분이 식당으로 변신해 간판마다 모두 1박2일의 출연진 사진들이 걸려있고 1박2일 이전의 모습들은 사라지고 맛집 밀집지역인 듯한 인상이 강하게 밀려옵니다.
함경도출신들이어서 이북음식이 주류를 이루었고 냉면과 동치미막국수, 식해, 아바이순대, 가리국밥 등이 바로 그 대표음식입니다. 그외 오징어순대, 생선구이, 등이 있고 점차 그 가지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점차 먹거리로 알려지다 보니 마을의 유래와 배경에는 관심이 없고 갯배한번 타고 먹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도 점차 가격대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또한 전통 맛을 잃어가는 곳도 많아 잘못 들어가면 맛에 무척 실망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듯 합니다. 마을 자체적으로 가격대를 정화하고 정비하지 않으면 단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들렸다가 그냥 돌아가는 사태가 벌어질듯 해 보입니다.
항시 승용차를 이용해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 역시 두루 살펴보지 않고 식사를 하러 들렸다가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곳을 찾아봅니다. 중앙동에서 갯배를 타고 아바이마을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천천히 청초호를 끼고 아바이마을과 중앙동 항구를 집중적으로 돌아봅니다. 그리고 당시의 청호동사람들의 발자취를 나름대로 느껴 보기로 합니다.
중앙동은 속초의 중심이라 할 정도의 번화가 입니다. 유명한 중앙시장이 있고 도로변에는 각종 브랜드들이 즐비한 상가들이 밀집한 곳으로 최고의 번화가입니다. 그 대로변에서 바다쪽으로 골목길을 접어 들어가면 바로 포구가 나오고 그곳에서는 아바이마을로 들어가는 샛배를 탈 수가 있습니다. 이제는 청호대교가 생겨 아바이마을로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해 졌지만 멀리 돌아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렇게 중앙동에서 갯배를 타고 들어가면 빠르며 편히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그 당시 이곳 청호동 사람들도 갯배는 중앙동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 수단이었으며 조양동으로 돌아 들어가는 길이 생기면서 물류수송이 한결 편해졌지만 역시 갯배의 의존율은 높기만 한 듯 합니다. 하지만 청호대교가 생기고 나면서 부터 조양동으로 돌아 들어가는 길은 끊기고 유일한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청호동에서 다시 동명항으로 넘어가는 신수로교량은 아직 공사중에 있습니다. 신수로교량 마저 완성이 된다면 더욱 아바이마을로 넘아가는 길이 수월해 질듯이 보입니다.
지금은 아직 청호대교를 넘어서야만 승용차로는 아바이마을로 넘어올 수가 있습니다. 저는 중앙동에서 천천히 갯배를 타고 아바이 마을로 넘어갑니다. 모처럼 갯배위에서 이곳풍경을 담아봅니다. 도선료는 편도 200원 아마 이곳에서 갯배를 끄는 사람들의 일당이 되는 듯이 보이지만 가격이 무척 헐하니 큰 도움은 될듯 싶지 않습니다.
당시 갯배만을 의존해 다녔을 시절 이곳에 정박해 있는 배들은 실향민들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수단이며 생명줄 이었고, 조양동에서 들어오는 길이 생기면서 바다로 나가는 길은 막혀서 돌아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청호대교가 생기고 나서 부터 조양동에서 들어오는 길은 다시 바닷길로 터서 예전에 바다로 나갔던 길을 다시 찾아 뱃길은 한결 수월해진듯 합니다.
평일라서 그런지 그리 많은 사람들이 오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갯배를 타는 사람들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직접 갯배를 끌어보기도 하며 당시 사람들은 누구나가 이렇게 고리로 즐을 댕겨서 오갔을 것을 몸소 느끼며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비렇게 그들은 갯배를 이용해 생필품들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였을 것 입니다.
1박2일에 소개되기 이전에는 이렇게 갯배를 타고 처음 만나는 곳이 은서네 집입니다. 드라마에서 이곳이 나오고 부터 이곳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며 드라마의 추억을 되새기기도 하였고 그 당시에는 이곳에서 낭만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하지만 1박2일 이후에는 가을동화 보다는 1박2일 출연진들이 어디에서 먹었나를 찾아보는 게 우선이고 또한 모든 식당에는 1박2일의 촬영지라는 글이 쓰여지며 애뜻한 풍경 보다는 어수선한 맛집 밀집지역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 아바이마을의 명물이 또 하나 늘었습니다. 바로 이 청호대교인데 이곳에는 전망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다리위로 바로 올라갈 수가 있어 중앙동쪽 포구 모습과 시내에 위치한 빌딩의 모습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가 있습니다. 청호대교에서 양 옆을 오가며 이곳저곳의 풍경들을 바라봅니다.
다시 청호대교에서 아바이마을쪽으로 발길을 돌려봅니다. 아바이마을 포구애 정박에 있는 배들과 다리위에서 바라보는 갯배의 모습들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근해어업의 주류를 이룰듯한 그리 크지 않은 배들은 작업을 나가기 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고 오후의 모습들은 너무나 한가해 보입니다.
비가 오다가 잠시 그친 후인지라 날씨는 비록 흐리기만 하지만 당시의 이곳 사람들의 어려운 삶들이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갈 수 없는 고향을 두고 이곳 타향에서 어렵게 살아가야만 했던 그들의 생활들이 바로 이 날씨처럼 그다지 밝지 않았을 것이라는 느낌이 찾아듭니다.
하지만 풍요롭지는 못했지만 살아가야 했기에 열심히 일을 찾아서 땀을 흘렸을 그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생활을 꾸며 나갔을 것 입니다. 언제부터 시작했을 지 모르는 작은 선박정비소는 오늘도 이곳에서 산박들을 수리해 오고 있습니다. 조금만 둘러보면 이렇게 아바이마을의 또다른 모습들을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청초호를 끼고 아바이마을의 포구와 중앙동포구는 서로 마주보며 때론 경쟁하며 공존해 오고 있습니다. 화려한 중앙동의 거리뒤에는 이렇게 청초호를 끼고 조용히 또다른 모습으로 삶을 이어오고 있는 모습들이 참 대조적입니다. 아바이마을이나 중앙동쪽이나 그들의 모습들은 서로 닮아가고 있는 것 입니다.
다시 갯배를 타러 갑니다. 이번에는 중앙동 포구에서의 모습과 그곳에서 보는 청호동포구의 모습들을 그려볼 생각입니다. 항상 청호동에서 바라만 보았을 뿐 그곳에서 이곳을 바라보지는 않았기에 중앙동 쪽으로 넘어가 봅니다.
수협공판장에는 작업이 끝난 상태라 조용하기만 합니다..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이곳 수협공판장 지금은 사람들을 구경 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와도 같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는 이곳에서 새벽 6시정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며 경매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간혹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합니다
이렇게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다가도 새벽이 되면 어디선가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고 북적되며 활기가 넘치는 곳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좀 지나면 그 흔적이 사라지고 마치 마법에 빠진 곳인것처럼 나타나고 사라지는 일들이 반복되는 곳이 바로 이 수협공판장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청호대교의 모습도 색다릅니다. 아치가 있는 저곳에 전망대데크가 보입니다..조금전까지 저 곳에서 이곳을 바라보았는데 지금은 바라봤던 이곳에서 다시 내가 서 있던 청호대교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와 걸어서 오를 수 있는 계단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의 풍경은 아마 다른 지역의 풍경들과 그리 큰 차이는 나지 않았을 것 입니다. 지금은 2012년 무려 42년이 지났건만 이곳은 여전히 70년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대교가 있다는 것 입니다. 청호동이나 중앙동이나 포구의 모습은 그렇게 크게 발전하지를 않고 더딘 시간속을 지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언제부터 그랬는 지 모르는 문을 닫은 주유소.. 포구 모서리의 중앙에 쓸쓸히 서 있습니다. 모든 문화시설들은 시내로 향하고 그 뒷편에는 이렇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모습들만이 초라히 서 있습니다. 흐린 날씨와도 같이 그렇게 말입니다...
비가오고 날씨 마저 흐린 이곳의 풍경들..그곳에 서 있는 나도 어느샌가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이곳에는 또다시 내일이 오면 다시 북적거리겠지요. 그들 나름대로의 삶이 그들의 법칙에 의해 빠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이어져 오고 있는 것 입니다.
처음으로 천천히 걸어서 청초호의 여러곳들을 둘러봅니다. 걸어볼만 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새롭게 제 눈앞으로 다가옵니다. 비록 화려하지 않고 다소 초라해 보이기도 했지만 끈기있게 이어오고 있는 질긴 생활상들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청초호의 모습은 멈춰진듯이 흐르는 더딘 삶입니다.
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 시인 이상국
혹시 청호동에 가본 적이 있는지
집집마다 걸려 있는 오징어를 본적이 있는지
오징어 배를 가르면
원산이나 청진의 아침햇살이
퍼들쩍거리며 튀어오르는 걸 본 적이 있는지
그 납작한 몸뚱이 속의
춤추는 동해를 떠올리거나
통통배 연기 자욱하던 갯배머리를 생각할 수 있는지
눈 내리는 함경도를 상상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 오징어 속에는 소줏집이 들앉았고
우리들 삶이 보편적인 안주라는 건 다 이시겠지만
마흔 해가 넘도록
오징어 배를 가르는 사람들의 고향을 아는지
그 청호동이라는 떠도는 섬 깊이
수장당한 어부들을 보았는지
신포 과부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는지
누가 청호동에 와
새끼줄에 거꾸로 매달린 오징어를 보며
납작할 대로 납작해진 한반도를 상상한 적은 없는지
혹시 청호동을 아는지
청호동을 몇번이고 가 봤습니다. 하지만 집집마다 걸려있는 오징어를 보지 못했고 오징어 배를 가르는 사람들의 고향은 알았지만 그 사람들의 그리움들은 알지를 못했고 청호동이 어디인지는 알지만 청호동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디가 맛있는지만 알았고 어떻게 찾아가는 지만 알았습니다. 아바이마을이라고 불리는 청호동에는 분단의 아픔이 있고 아직도 고향을 그리워 하는 눈물이 있고 타향에서 아둥바둥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있었습니다. 1세대들은 거의 생을 마감하고 2세대 3세대들이 이곳을 고향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청호동... '1박2일'의 후폭풍으로 맛집으로 전락된 아바이마을 유일하게 1박2일로 인해 본질을 잃어버린 곳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청호동을 아십니까? 아니 아바이마을을 아십니까? 청호해수욕장앞에 아바이마을의 유래가 적힌 이야기들을 읽어보신적이 있으십니까..? 만약 속초에 와서 아바이마을을 찾게 된다면 맛집만 찾고 바로 돌아가지 말고 천천히 두루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청호동에는 맛집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 바램이라면 1박2일은 다시한번 이곳을 찾아 맛집이 아닌 이곳 마을의 유래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의 이야기들을 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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