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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이 깊었던 제주 성산 고등어조림
    설렘 그리고 감성 in Jeju/오늘은 뭐먹지?(제주도맛투어) 2020. 12. 15. 12:05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밥도둑 중 하나는 고등어조림 입니다. 얼마 전에 제주 성산 고등어조림 먹고 왔는데요, 조림 뿐만 아니라 밑반찬까지 제 입맛에 잘 맞아서 자주 가고 싶은 식당이었습니다. 미소복집 같은 식당이 집 근처에 있으면 집밥 그리울 때 자주 갈 것 같습니다.

     

     

    성산일출봉이나 섭지코지, 빛의 벙커 등 성산의 주요 관광지와 가까워서 여행 중 식사하시기에도 좋을만한 위치입니다. 11시 ~ 13시 정도까지는 지역 주민 손님이 많다고 하더군요.

     

    저희는 점저 시간에 방문했기 때문에 식당이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참고로 식당 영업시간은 8:00 ~ 21:00 이고 첫째, 셋째 수요일이 휴무입니다. 주차장도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식당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본격적인 식사 시간이라 해도 웬만하면 대기 시간 없이 바로 식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입식과 좌식 테이블 모두 마련되어 있고요.

     

    식당을 쭉 둘러보니, 사장님께서 봉사와 기부를 많이 하신 분이셔서 음식에 대한 믿음도 더 생겼던 것 같습니다. 보통 마음은 있어도 실제 기부하는 것은 쉽지 않지요.

     

    저희는 제주 성산 고등어조림 커플세트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30,000원으로 1인분에 15,000원 꼴이고 시래기고등어조림과 생갈치구이가 나와서 풍성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식탁 위에 깔끔하게 메인 요리와 밥, 국, 밑반찬이 차려졌습니다. 규모가 있는 식당이라 체계가 잘 잡혀 있는지 음식도 빨리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저는 메인 요리를 맛보기 전에 반찬부터 맛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특히 이렇게 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경우에는 기대감이 커지곤 하지요.

     

    제일 먼저 샐러드 대신 싱싱한 돈나물부터 맛을 보고 다른 반찬들도 한 젓가락씩 골고루 먹어보았습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총 10가지 정도의 찬이 나왔어요.

     

    저는 잡채는 언제 어디에서 나와도 싹싹 비워냅니다. 반찬으로 나오면 메마르거나 뚝뚝 끊어질 때가 있는데, 채소와 균형도 잘 맞고 당면의 식감도 좋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제주산 고사리와 꽈리고추, 파나물, 열무김치, 파래무침도 나왔습니다. 반찬만으로도 맛있게 한 끼 먹을만큼 다채롭게 준비되어 흐뭇했어요.

     

    간장게장은 온 국민이 인정하는 밥도둑이지요. 짜지 않게 간이 되어 있어서 저는 밥과 함께 먹지는 않고 게장 고유의 맛을 그대로 즐겼습니다.

     

    밥은 흑미밥이었고, 국은 된장국이 나왔습니다. 조림 먹을 때는 찌개보다 훌훌 마실 수 있는 국이 확실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주 성산 고등어조림 안에는 통통한 고등어와 함께 시래기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습니다. 묵은지 넣고 조려낸 것보다 덜 자극적이면서도 밥도둑인 것은 동일하더군요.

     

    저는 고등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비린 맛이 나는 것은 아예 안 먹습니다. 제주 성산 고등어조림으로 유명한 곳이라 역시 고등어살에서 잡내가 나지 않고 맛있었어요.

     

    이곳에서는 월동무시래기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맛이 더 깊고 질기지도 않았어요. 시래기만 더 리필해서 먹고 싶을 정도로 제 입맛 저격이었습니다.

     

    조림 양념이 시래기에 깊게 배어들어 있기 때문에 양념을 따로 끼얹을 필요 없이 고등어살과 시래기를 같이 먹기만 하면 됩니다. 간이 세지는 않아요.

     

    밥과 함께 먹을 때 제주 성산 고등어조림 맛이 더 빛나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느끼며 먹었습니다. 시래기가 부드러워서 그리 오래 씹을 필요는 없었지만요.

     

    생갈치와 냉동갈치의 퀄리티 차이는 상당합니다. 냉동을 하면 갈치 특유의 부드러움과 촉촉함이 반감되는 것 같습니다. 이곳의 갈치는 생갈치예요.

     

    생갈치라서 부드럽고 풍미도 진했습니다. 노릇하게 구워 나오기 때문에 고소함을 즐기기도 좋았지요.

     

    세 토막이 나와서 고등어조림에 곁들여 둘이 먹기에 양이 넉넉한 편이었습니다. 세트가 아닌 조림 가격이 3만원이라 해도 괜찮을텐데 여기에 생갈치구이까지 나오니 가성비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갈치살 두툼하게 떠낸 다음 밥을 살짝 곁들여서 먹어보았습니다. 친구가 보더니 갈치초밥이라 하더군요. ㅎㅎ 일식집 초밥과는 다르지만, 고급스러움만큼은 뒤쳐지지 않는 갈치구이 초밥이었습니다.

     

    배불리 식사를 하고 나서는 오름에 올랐습니다. 이번에 고른 오름은 지미봉이었어요. 제주도의 푸른바다를 품고 싶을 때 가는 오름이라는 안내가 되어 있네요.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해서 혹시 눈이나 비가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했습니다. 나무가 있어서 바람을 막아주어 춥진 않았습니다.

     

    지미봉은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약 20분 정도 소요되는 오름입니다. 긴 등산로는 아닌데 가파른 구간이 있어서 중간중간 쉬었다가 올라갔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성산 바다가 넓게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지요.

     

    성산일출봉은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바라볼 때 더 웅장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내년 새해에는 새벽에 올라볼까 싶기도 한데...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내려오는 길은 정말 편했습니다. 오를 땐 20분이 40분처럼 느껴졌는데, 내려올 땐 한 5분만에 내려온 듯한 기분이더군요.

     

    며칠 전에 눈도 내렸고, 지금은 분명히 겨울인데...지미봉에 꽃들이 피어 있어서 의외였습니다. 나무와 풀의 보호를 받아서 비교적 따뜻하기 때문이려나요? 겨울에 핀 꽃을 찾는 것도 소확행이었습니다.

     

    지미봉에서 내려와서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아까 보았던 풍경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거든요. 다음에 날씨 좋을 때 한번 더 가보고 싶습니다.

     

    30년 경력의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곳이라 미소복집 요리들에는 내공이 담겨 있었습니다. 밥 한 공기는 우습게 비우게 만드는 제주 성산 고등어조림 그리고 생갈치를 노릇하게 구워낸 갈치구이 둘 다 맛이 깊었어요. 반찬들도 맛있으니 성산에서 제대로 식사하고 싶으실 때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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