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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먼저 월정리 맛집설렘 그리고 감성 in Jeju/오늘은 뭐먹지?(제주도맛투어) 2020. 4. 23. 06:15
한 달동안 진짜 바쁘게도 달려온 것 같아 힐링이 필요하다고 찾아온 친구랑 제주도 구좌에 다녀왔습니다. 조용조용하게 놀멍쉬멍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의외로 관광객들이 많아서 북적북적 하는 시내도 보고 즐겼지만 역시 쉬러 온 게 목적인 만큼 조금 한적한 동네에서 밥도 먹고 쉬기로 합니다. 이곳에서 오래 산 지인에게 물어 보니 월정리 바닷가 근처가 조용하고 거기 가면 해물라면과 돌문어볶음 등을 파는 제주 월정리 맛집이 있다는 말에 급 달려가봤습니다!
해안도로 따라 드라이브 하는 느낌도 좋고 도착하면 아마 다른 곳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힐링 마인드를 접할 수 있을 거라는 말에 기대가 엄청 됩니다. 사실 드라이브 겸 식사하러 가는 거니까 맛에 있어서도 좋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현지에 오래 산 사람이 추천해주는 집이니까 믿고 한 번 가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역시나 맛도 기대 그 이상이라서 아직까지 여운감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제주 동쪽 해안도로가 바다를 끼고 쭉 펼쳐져 있는데 그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즐기다 보면 행원리와 구좌방파제 사이 고래날다의 회색빛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간판 자체가 크고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팔고 있는 메뉴들을 노란색 글귀에 흰색 글씨로 적어 놓았기 때문에 은근히 시선이 끌립니다.
깔끔한 2층 건물인 데다가 앞에는 제주의 상징인 수려한 해안가가 멋스러워 보여서 벌써부터 분위기가 좋아 보였는데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가게 내부도 마치 카페처럼 예뻐 정말로 기대가 됐습니다..
가게 벽을 따라서는 쭉 벽화 느낌이 각인되어 있었는데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여기 서서 인증샷도 많이 찍고 웃었지만 잘 살펴 보니 고래 느낌들이 가득했습니다. 고래와 사람이 행복하게 노니는 필이 들었던 이유를 나중에 물어 보니 되게 깊은 뜻이 있었습니다. 환경 오염이랑 인간의 욕심 때문에 멸종해 가는 많은 고래들이 앞바다에서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일부러 그려 넣은 것으로 나름 유추하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위에 글씨로도 고래들을 위로하는 듯한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은근히 환경에 무관심하고 쓰레기도 막 버렸던 제 모습이 반성 되는 것 같더라구요. 왠지 마음도 찡해지고 이 벽화야 말로 이곳의 마인드와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핫스팟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식당이지만 아름다운 마음까지 앞장서는 너무 마음씨도 착한 식당인 것 같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 서니 밖에서 통유리창 너머로 봤던 그 아름다운 카페 같은 실내가 고스란히 펼쳐져 있어 넘나 행복했습니다. 우리가 조금 이른 아점을 먹으러 들렀던 거라서 첫 손님이었는데 여기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하는데 라스트 오더가 저녁 8시였습니다. 점심 먹으러 오든 저녁 먹으러 오든 딱 좋을 듯 합니다. 그레이 톤의 은은한 실내는 조명도 따뜻하고 밖으로는 탁 트인 해안도로와 바다까지 보이는 오션뷰였습니다.
깨끗한 벽면 한쪽에는 사계절 제주의 이곳저곳을 담은 아름다운 소품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마치 갤러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소품들의 퀄리티도 엄청 좋았는데 사장님이 직접 꾸미신 건진 몰라도 실력이 대단하더라구요. 분명 우리도 앞서 보고 왔던 관광지 매개체들인데 이렇게 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 나는 게 왠지 새삼스럽습니다.
제각각의 소품들이 되게 알록달록하게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하늘과 바다의 풍경을 함께 담고 있어서인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모던한 풍의 실내에서 톡톡한 포인트가 되어 주고 있기도 했습니다. 한 개 한 개가 마치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워서 마음 같아서는 하나 정도 따로 구입해서 캐리어에 넣어 기념품으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식사하는 내내 계속 흘긋거리게 되기도 했습니다.
외부 다른 쪽에는 이렇게 다육이들이 가득 놓여 있는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는데 루프탑 느낌에 아기자기하게 내려와 있는 테이블 사이로 제각기 모양도 크기도 다른 다육이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 꼭 어느 오랜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키가 굉장히 큰 선인장과 행잉플랜트 같은 식물도 곳곳에 놓여 있었고 사장님의 인테리어 실력만 봐도 확실히 감각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햇살이 환하게 들어 오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마침 하늘도 푸르고 맑은 날이어서 그런지 정말 눈과 마음에 한가득 푸르름을 안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먹으니 식사도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았고 어디에 서든 앉든 셀카도 완전 셀기꾼 소리 듣게 잘 나옵니다. 가성비에 감성까지 잡은 월정리 맛집이라는 걸 몸소 느끼면서 계속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테이블에는 수저통 등 모든 것들이 심플리티했으며 특히 귀욤 뽀짝한 강아지 소품에 예전에 눈여겨 봤던 감성 SNS 장면들이 뇌리속에 팍팍 스쳐 지나가게 됩니다. 고로 물 하나조차 굉장히 신경써서 감성적으로 마셨고요. 안 그래도 사전에 비주얼이 넘나 예쁜 이곳의 음식들에 홀딱 반해 자랑하려 했었던 만큼 잘 됐다 싶어서 인증샷을 친구에게 바로 보여주려고 연신 사진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수제짜장돈까스랑 돌문어볶음, 돌문어해물라면을 주문 했는데 가격대도 어마어마하게 착했습니다. 솔직히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고 가격이 넘나 싸길래 그냥저냥 맛이나 양은 중타 정도 치려나 했는데 나오는 비주얼에서부터 심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찬으로는 손이 가는 내용물들을 아주 풍성하게 담아 주셨는데 이것조차 소품으로 보일 정도로 이미 이 곳의 분위기에 완전 매료 돼 있었습니다.
가성비 실화냐 소리 나오도록 예쁘게도 돌돌 말아 보드랍게 튀겨낸 수제등심에서부터 넉넉하게 부어 주신 블랙 빛의 짜장소스 그리고 밥까지 완벽했습니다! 파슬리 가루까지 톡톡 뿌려 놓으셔서 마치 경양식 레스토랑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고 냄새도 아주 향긋하고 고소하게 코 끝을 간지럽혀 빨리 먹고 싶은 생각에 셔터질이 빨라졌습니다. 그냥 얇고 평범하게 나오는 돈까스를 기대했는데 기대를 와장창 깨주는 모습이었죠.
숟가락이랑 포크 마저도 정말 예쁜 커트러리로 구비되어 있어서 완전 감성 넘쳤습니다. 예쁜 숟가락으로 돈까스를 살짝 건드려 보니까 속까지 아주 두툼하게 익혀낸 것이 결코 얇고 밋밋한 수제돈까스가 아니더라구요. 바삭한 느낌이 손 끝에 느껴지면서 부드럽게 숟가락이 들어 가는데 갓 만들어서 김도 모락모락 올라오고 굉장히 정성껏 만든 듯 했습니다.
안에도 그냥 평범한 고기가 들어 있는게 아니라 고슬고슬하게 큼지막한 등심과 함께 볶아낸 짜장소스가 그득하게 뿌려져 있었습니다. 돈까스의 겉은 고소함이 거의 넘칠 정도로 익은 모습인데 속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익어 있어서 더 잘 어울렸습니다. 어느 누가 돈까스는 피씨방이나 분식집에서나 대충 끼니 때우는 메뉴라고 했던가요! 이렇게나 여심과 유아들을 저격하는 모습인데 당연한 말이지만 맛도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소스는 제법 달달한 맛도 느껴지지만 평범하고 흔한 단맛이 아니라 중화풍 베이스 같은 맛의 달콤하고 은은한 풍미가 인상적이었는데 사이드 음식도 소스도 넉넉하니까 아무리 밥을 양껏 많이 떠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가니쉬의 음식들도 적당히 간이 되어 있어서 고슬고슬한 돈까스와 함께 다양한 맛이 잘 느껴졌습니다. 집에서 흔히 해 먹던 동종 메뉴보다 몇 배는 더 맛있어서 정말 게눈 감추듯 와구와구 했습니다.
돌문어볶음도 당연히 편견을 깨주는 비주얼이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접시에 넓게 담겨 나와도 언제든 맛있고 반가운 메뉴인데 이렇게 감성 넘치는 예쁜 접시에 풍성하게 담겨 나오는지, 실파가루가 솔솔 뿌려져 있지 게다가 돌문어도 두 덩어리나 위에 세팅되어 나오니 든든함까지 가히 일품일 듯 했습니다.
돌문어볶음도 그렇고 여기 모든 메뉴들이 전부 만들어 놨다가 담아만 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건 주문 하면 바로 주방에서 열심히 튀기고 볶는 소리가 났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인지 정말 문어가 따뜻하고 갓 익혀내서 소프트하지 진심 쩐내 하나 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저는 여기 식기며 접시들이 너무 예뻐서 어디서 사셨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더라구요.
그냥 접시에서 와구와구 퍼먹어도 되겠지만 이렇게 예쁜 분위기를 자랑하는 월정리 맛집에서는 역시 조금은 신경써서 우아하게 먹어줘야 겠죠? 마침 유럽 풍의 앞접시까지 챙겨 주셨으니까 각자 원하는 만큼 앞접시에 덜어보기도 했고 대식가 기준 접시가 어중간해 보였지만 속까지 문어와 야채류가 아주 가득 들어 있어서 양도 엄청 많았습니다. 심지어 세 명이서 퍼도 퍼도 줄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요.
나오는 것이 그저 섭취하기도 편했답니다. 향은 강하지 않은데 어쩜 이렇게 단짠의 조화가 적절하고 입에 착착 붙는 맛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큼지막한 접시 내에도 촉촉하게 타재료들과 야채들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전혀 질기지 않고 그저 담백해서 이내, 숟가락으로 국물 촉촉히 적시면 똑똑 잘 떨어져 나오는 것이 그저 섭취하기도 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돌문어볶음에서 정작 파 보다는 양파나 양배추 같은 부재료들을 홀릭해서 먹는 편입니다. 여기는 양파도 뭉근하게 잘 익어 많이 들어가 있고 적양배추도 아주 도톰하고 깨끗한 것들로 많이 첨가되어 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 양파도 흔히 먹던 얇고 퉁퉁 불어 터지는 싸구려가 아니라 천연 단맛 과다 아주 오동통하고 부드러웠습니다.
흔히 먹는 문어볶음은 겉의 양념과 스킨도 너무 얇고 정작 속에는 당면이랑 후추만 들어 있어 은근 먹다 보면 하나 먹고는 텁텁해서 물리는데 여기 돌문어는 겉식감도 프레쉬하며 두툼하고 접시에 채워져 있는 양념과 부가요소도 이것저것 가득이라 식감도 무척 좋았습니다. 단짠한 감칠맛 소스에 푹푹 찍어 먹어도 충분할 정도로 소스도 흥건했으며 완전 진했습니다.
국물이 하나 쯤은 있어야겠지 싶기도 했고 일단 여기 가격대가 너무 착하길래 하나라도 메뉴 하나씩 더 주문해 보자고 시켰던 돌문어해물라면은 진짜 여기 와서 안 먹고 가면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비주얼에서부터 국물과 면이 안 보일 정도로 완전 푸짐하게 해산물과 뿔소라, 파채를 올려 주셨는데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더라구요.
문어도 채로 썰어서 올린 게 아니라 아예 터프하게 통째로 반을 뚝 잘라 올려 주셨습니다. 국물 내는데 최고의 재료라는 딱새우와 그냥 꽃게도 들어 있고 기타해산물까지 듬뿍 들어있어 이건 그냥 먹어도 좋지만 해장하러 일부러 찾아 와서 먹어도 대박일 것 같았습니다.
감탄하면서 이걸 어떻게 먹냐 했던 것도 잠시 금방 커다란 집게랑 가위를 가져다 주셔서 통문어부터 먹기 좋게 잘라 줬습니다. 어찌나 부드럽게 익었는지 질긴 부분 없이 가위에 사각사각 잘 잘려 나갑니다. 껍데기 색이며 속의 뽀얀 살까지 얼마나 싱싱한 것을 쓰셨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해산물들을 어느 정도 손질을 하니까 그제서야 속에 담겨 있던 푸짐한 국물과 면이 보이기 시작 하는데 국물 때깔 좀 보자면 진짜 진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었습니다. 어느 라면인지 못 맞추겠다 싶을 정도로 국물 맛이며 면발 모든 것들이 제주 월정리 맛집 맞춤형으로 재탄생해 있어서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해물라면이 바로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문어는 아주 쫄깃쫄깃 하지만 놀라울 만큼 부드러워서 질기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특유의 약간 꼬릿한 향과 함께 라면 국물의 짭조름한 맛이 더해지니까 씹을 때마다 진한 즙이 쭉쭉 나오고 면발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딱새우도 껍질이 단단해서 어떻게 먹을까 싶었지만 머리만 똑 떼어내고 나니 머리는 쪽쪽 빨아 그득 들어 있는 내장과 국물을 먹고 속 살도 뽀얗고 통통해서 발라먹기 쉬웠습니다. 국물에 달콤한 맛을 우러 내고도 충분히 고소한 풍미를 자랑하는 살이라 아낌없이 먹었습니다.
면발도 아마 해산물 손질하는 시간이나 비주얼 보고 감탄하는 시간을 고려해서 일부러 살짝 꼬들하게 익히셨는지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먹었는데도 완전 보들보들하고 쫄깃한 맛이 살아 있고 불지 않았습니다. 안에 생각지도 않은 해산물들이 듬뿍 들어 있어서 시원한 맛도 가히 일품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음식점에서 든든하게 신체를 누렸습니다. 또 다른 감성을 느끼고 싶어 인근 카페로 이동했습니다. 여기는 커피와 드링크 메뉴를 따로 판매하고 있었으며 웬만하면 낮시간대에는 자제하고 싶어 향긋한 커피류로 마저 소화촉진용 수다스러움의 장을 찰나 펼칠 수 있었습니다.
커피 맛도 아주 구수하고 산미가 적당해서 식사 후 입가심으로 제격이었고 따뜻한 음료와 함께하니 조금 전 즐겼던 한 끼가 더더욱 느낌상으로 부각되는 듯한 기분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다 먹고 근처에 있는 월정리해수욕장으로 차를 몰고 가서 나머지 부른 배를 조용한 바닷가를 거닐며 꺼뜨리는 산책 타임까지 가졌습니다. 맛, 분위기, 마인드 그리고 이렇게 아름다운 곳으로 바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완벽한 식당 하나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에서 사장님의 정성과 깊은 생각이 담겨 있는 곳이었고 그만큼 고래날다는 정말 혼자 혹은 연인이랑 오더라도 쉬면서 추억 쌓기 제일 좋은 월정리 맛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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